
▲ 대구대교구 성북본당이 발행하는 봉헌권.
이미지제공=성북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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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금은 물론 주일헌금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본당이 늘고 있다. 본당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신자들이 더 많은 연말정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주교구 솔내본당(주임 강명구 신부)은 2년 전부터 미사 봉헌 때 `봉헌권`을 받기 시작했다. 봉헌권은 현금으로 내는 헌금을 대신하는 일종의 쿠폰으로, 신자들은 미사 전에 미리 봉헌권을 사뒀다가 미사 참례시 봉헌권만 내면 된다.
봉헌권은 1000원권과 3000원권, 5000원권, 1만 원권 네 종류로 발행되며 본당 사무실에서 판매한다. 본당 사무원은 신자들이 봉헌권을 구매할 때 금액을 신자 이름의 전표에 적어뒀다가 연말에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때 합산해준다. 솔내본당은 봉헌권제도에 대한 신자들 반응이 좋아 시행 2년 만에 봉헌권 봉헌금액이 현금 봉헌금액을 넘어섰다.
마산교구 완월동본당(주임 김길상 신부)도 2년 전부터 봉헌권을 받기 시작했다. 1000원권부터 1만 원권까지 네 종류의 봉헌권을 발행한다. 완월동본당은 노인신자 비중이 높아 봉헌권 이용 신자 비율이 35 정도지만 연말정산을 받아야 하는 직장인 신자들에게 큰 인기다.
봉헌권제도를 사실상 처음 실시한 본당은 군종교구 본당들이다. 군종교구 본당들은 7~8년 전부터 신자 이름이 적힌 봉헌봉투에 주일헌금을 받고 있다. 군 본당은 일반 본당에 비해 신자 수가 많지 않고, 신자들이 교무금과 감사헌금 등으로 본당에 기부를 많이 하고 있어 기부금 영수증 발급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현재 군종교구 본당 대부분이 실명봉투제도를 통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군종교구 국군중앙주교좌본당 주임 임성호 신부는 "군 본당은 `돈이 있는 곳에 기록이 있다`는 정신으로 오래 전부터 실명봉투제도를 시행해왔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군인 신자들을 위해 본당은 모든 기부금에 영수증을 발행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부산교구 사상ㆍ사직대건 본당과 마산교구 월남동본당, 대구대교구 성북ㆍ도원본당, 전주교구 덕진ㆍ전동본당, 수원교구 아미동본당 등이 봉헌권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봉헌권제도의 장점은 무엇보다 본당 재정 운영의 투명성 제고다. 누가 얼마를 봉헌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근거가 남아 감사 때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또 제도 시행 이전보다 주일헌금 봉헌액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자신이 얼마를 봉헌했는지 알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많이 봉헌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부금 영수증이 필요없는 노인 신자와 봉헌금액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신자, 형편상 주일헌금을 생각만큼 봉헌하지 못하는 이들은 봉헌권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봉헌권 발행에 비용이 따르고 분실 시 재발행 문제가 생기며, 한 본당의 봉헌권을 다른 본당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또 신자가 많은 일부 대도시 본당들은 봉헌권제도 도입 시 막대한 업무량 증가가 불가피해 이 제도 도입이 쉽지 않다.
전주교구 솔내본당 송인화(안나) 사무원은 "봉헌권제도 덕분에 업무량은 조금 많아졌지만 주일미사 헌금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긍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