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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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ㆍ다문화 가정 행복 비결은 "이해와 배려"

▨가정성화주간 / 4대가 사는 다문화가정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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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에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김씨 가족이 마루에 누워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영ㆍ박명순씨, 택균군, 니뿌뚜씨, 성빈양, 김병구씨. 구순의 큰어른은 몸이 좋지 않아서, 병구씨 동생은 일이 있어 촬영에 함께 하지 못했다.
 
 
"우리 며느리는 속이 깊고 마음도 너그러워요. 먼 나라에 시집와서 힘든 일도 많을 텐데 내색도 안 하고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죠. 음식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정말 예뻐요."

 "엄마는 저를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처음에 말이 안 통해서 많이 답답하셨을 거예요. 그런데도 짜증 한 번 내신 적 없었죠. 항상 제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이해해주셨어요."

 시어머니 박명순(실비아, 59, 수원교구 이천본당)씨가 며느리 칭찬을 한참 늘어놓자 니뿌뚜(효주 아녜스, 25)씨는 환하게 웃으며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긴 설명을 이어갔다. 니뿌뚜씨는 박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니뿌뚜씨가 들어본 적도,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던 이역만리 한국으로 시집을 온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소ㆍ당나귀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 김병구(안셀모, 36)씨 집은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김씨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부모, 동생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었다.

 결혼 후 니뿌뚜씨가 성빈(크리스티나, 5)ㆍ택균(대건 안드레아, 3)ㆍ택훈(1) 삼남매를 낳으면서 이제는 4대 9명이 함께 사는, 보기 드문 `다문화 대가족`이 됐다.

 니뿌뚜씨는 한국에 온 첫날부터 김치를 맛있게 먹고, 시어머니 박씨가 가르쳐준 한글 자음ㆍ모음을 불과 하루 만에 다 깨쳐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박씨가 접시에서 접시로 콩을 옮겨가며 가르친 젓가락질도 반나절 만에 능숙하게 해냈다. 놀라운 적응력이었다. 니뿌뚜씨는 한국이 정말 좋다고 했다.

 "모든 게 다 좋아요. 사계절도 좋고 사람들도 무척 친절해요. 식당에 가면 주인 아주머니가 `어느 나라에서 왔어? 힘들지는 않아? 맛있게 먹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해`라고 말을 걸어주시고 관심을 보여주세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따뜻한 정이 느껴져서 좋아요."

 다른 건 힘들지 않았지만 한국생활 초반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이 많았다. 가족들도, 니뿌뚜씨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표현을 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만 커져갔다. 니뿌뚜씨는 시청에서 운영하는 한국어교실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고 박씨는 방문교사까지 붙여주며 며느리의 공부를 도왔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이제는 니뿌뚜씨가 집에서 말을 제일 많이 한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언어 문제"라며 "말을 빨리 배우면 훨씬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뿌뚜씨가 한국에 정착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시어머니 박씨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여성을 종종 집으로 불러 니뿌뚜씨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박씨와 니뿌뚜씨 사이에는 그 흔한 고부갈등도 없다. 며느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박씨는 얼굴이 환해진다. 처음에는 니뿌뚜씨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었지만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음을 열었다.

 "한국은 식사를 마치면 빨리 설거지를 하고 정리하잖아요. 그런데 며느리는 밥을 다 먹어도 좀처럼 치울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치우고 싶을 때 여유있게 치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며느리 방식에 맞추기로 했어요. 지금은 천천히 정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박씨 말에 따르면 니뿌뚜씨는 못하는 요리가 없다. 따로 붙잡고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물론 온갖 밑반찬과 잡채, 식혜 같은 잔치 음식까지 만들고 묵도 잘 쑨다. 못 담그는 김치가 없다.

 박씨는 "얼마 전에 무릎이 아파 한 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며느리가 전화도 없이 갖가지 반찬을 해서 병원으로 찾아왔다"면서 "이렇게 속 깊고, 착하고, 성실한 며느리가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에게 어머니가 해준 음식과 아내가 해준 음식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는지 묻자 "둘 다 맛있어서 누가 어떤 음식을 했는지 구분을 할 수 없어 평가를 할 수 없다"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결혼 생활 6년 동안 두 사람은 부부싸움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니뿌뚜씨가 처음 한국에 와 말을 잘 하지 못할 때도 남편과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만큼 마음이 잘 통했다. 김씨는 "아내가 워낙 마음이 넓고, 어른들한테도 잘 하고, 모든 일을 알아서 하니 싸울 일이 없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시아버지 김기영(그레고리오, 66)씨도 어떤 가족 못지않게 니뿌뚜씨를 예뻐한다. 술을 즐기는 김씨가 약주를 거나하게 마시고 들어와 아내에게 타박을 들으면 니뿌뚜씨는 언제나 "남자가 밖에서 술 한 잔 할 수도 있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시냐"면서 시아버지 편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힌두교 신자였던 니뿌뚜씨는 한국에 와서 천주교로 개종했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 성당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하는데, 예비신자 교리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개종을 결심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시부모님 말씀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키우느라 바빠 단체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본당 행사가 있으면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도우며 봉사에 나선다. 본당 신자들 사이에서도 평이 무척 좋다고 한다.

 결혼이주여성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도 다문화가정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니뿌뚜씨 가정처럼 모든 가정이 행복하게 살지만은 않는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많은 갈등을 겪는데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이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씨에게 행복의 비결을 묻자 "이해와 배려"라고 답했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낯선 나라에서 얼마나 힘들겠어요. 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한 번 더 참고 며느리 입장에서 생각하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어요. 남편은 시어머니랑 아내랑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아내 편을 들어야 해요. 며느리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모든 가족이 배려를 해야죠."

 니뿌뚜씨는 "외국인 며느리가 있을 때 가족끼리 존댓말을 써 주면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



가톨릭평화신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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