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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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기쁨 나의희망] <3> 종호에게 띄우는 편지

피어난 모습 그대로, 모든 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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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종호가 되렴."
종호와 나들이 중에.
 
연재순서
<1> 나에게 종호는….
<2> 종호와 나 그리고 하느님
<3> 종호에게 띄우는 편지
<4> 이 땅의 부모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나의 소중한 보물 종호 요한에게.

 어제 모처럼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이었어. 오랜만에 느긋하게 늦잠 좀 자려는데 넌 여지없이 특유의 콧노래로 나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며 아침을 열어주더구나. 아침이면 늘 듣는 너의 우렁찬 콧노래 소리가 이젠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데도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꼭 안아주며 아침인사를 하고, 여드름 난 얼굴에 "예쁘다"하며 로션을 발라주고, 마지막으로 안경을 닦아 씌워주면 아침 준비의 일부분이 끝나지. 이 순간이 나에겐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야.

 어쩌다 바삐 움직이느라 로션 발라주는 것을 거르면 안경도 못 쓰고 "엄마, 예쁘다 안 했는데요?"라며 큰 얼굴 내밀며 기다리는 네 모습에 웃음이 터질 때도 있지. 그래 그렇게 너는 아침마다 엄마에게 웃음으로 하루를 열어주고 행복을 한 아름씩 안겨준단다.

 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마냥 따뜻해져. 어눌한 너의 말투, 아기처럼 천진난만한 표정. 덩치는 엄마를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다섯 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너. 나는 너의 그런 모든 것을 사랑해.

 처음엔 네가 엄마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었어.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너로 인해 바뀌고 달라지고 사라졌으니까. 내 발목을 얼마나 심하게 잡고 늘어지던지 너를 떼어놓아야만 내가 살 수 있겠다 싶기도 했었어.

 하지만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고 아파서 내려놓지도 못하고 한없이 너를 원망했단다. 그러다가 너를 통해 주님을 알게 되고, 요한반(수원 성남동본당 장애아부 주일학교)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사랑이 독선적이고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너에게 엄마 소리 들어보는 게 간절한 소원이었던 때, 네가 다섯 살쯤 처음으로 "엄마"하고 불러 나를 감격시켰지. 그때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아. 네가 한글을 깨친 후 "엄마 편지 왔는데요"하며 처음으로 나에게 보낸 편지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하니? "핸드폰 사고 싶어요." 달랑 그 한 문장에 나는 무한 감동을 받았단다.

 네가 초등학교 때 내 눈에는 토실토실 예쁘기만 했는데, 건강검진 결과는 고도비만이어서 살을 빼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지. 그리고 운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너에게 저녁마다 줄넘기를 가르쳤지. 울며불며 못하겠다는 너를 데리고 혹독하고 매몰차게 1년 여를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고 또 하고. 일년이 지나니 너는 줄넘기 실력도 늘고 살도 빠져 건강해진 모습이 되었지. 그때 엄마 많이 원망했었지?

 그래, 생각해보니 너와 난 힘든 일이 참으로 많았네. 독한 엄마를 만나 하기 싫은 거 하느라 힘들어 눈물 쏟는 일이 허다했고, 어떤 날은 엉엉 울며 "엄마 힘들어요, 안 할래요." 그 말 한 마디에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는데….

 그땐 엄마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너에게 많이 미안했단다. 당장이라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너의 건강마저 잃고 싶진 않았거든. 덕분에 지금은 꽃미남 소리도 듣고 괜찮지?

 요즘엔 네가 엄마를 설득하는 요령을 터득했더구나. 가끔 스스로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엄마가 야단을 치려고 하면 먼저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합니다." 그 한 마디를 해놓고는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말문이 막혀 웃음이 나오곤 해. 그러면 나의 웃는 모습을 보며 같이 허허 웃는 너의 모습이라니.

 사랑하는 종호 요한아.

 여전히 지금도 너와 난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단다.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느긋해졌지만 그래도 멈출 순 없잖니?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고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쉬지 말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가 많이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오면 뒤를 돌아보렴. 너의 등 뒤에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형과 너를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나에게 보내주신 주님께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실테니 네 맘껏 세상을 향해 꿈을 키우고 용기내어 도전하렴. 이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언제나 너를 사랑해.

유복녀(마리아, 김종호군 어머니)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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