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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셉성월] 아버지학교 수료자를 통해 바라본 아버지 영성

아내를 성모님처럼, 자녀를 예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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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요셉 대축일(3월 19일)이 속한 3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이며 성모 마리아 배필인 성 요셉을 특별히 공경하며 그의 모범을 본받고자 노력하는 성요셉성월이다. 성 요셉은 성모 마리아와 함께 한국교회 수호성인[主保]이라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성 요셉의 영성은 침묵과 인내, 그리고 믿음에 대한 확신이다. 그는 △약혼녀가 아기를 잉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도 △만삭인 마리아를 데리고 베들레헴으로 호적등록을 하러 가는 고단한 여정에도 △해산한 마리아를 부축하고 아기 예수는 강보에 싸서 황급히 피신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도 회의를 품지 않았다. 그는 혼란과 두려움을 침묵과 믿음으로 극복하며 하느님의 인류 구원사업에 참여했다.

 최근 교구마다 성 요셉의 영성을 기초로 이 시대 `아버지의 길`을 알려주는 아버지학교가 활발하다. 그의 삶과 정신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비결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학교를 통해 다시 태어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기문씨를 만났다.


 
▲ "밖에서 찾던 무지개를 가정에서 찾았습니다!" 의정부교구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김기문씨(가운데)가 아버지학교 찬양팀으로 봉사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있다.
 
 
   "아버지학교 덕에 개과천선(改過遷善)했죠. 제 인생은 아버지학교 수료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7년 의정부교구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김기문(스테파노, 52, 마두동본당)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아버지학교 예찬론자`다. 아버지학교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동업자에게 배신당해 사업체를 뺏긴 후 절망과 실의에 빠져 살았어요.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술과 담배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아내와 세 딸의 위로 말도 전혀 들리지 않더라고요. 하늘을 원망하며 죽지 못해 산 세월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어느날 이혼서류를 불쑥 내밀었다. 아내는 "당신 사업이 계속 번창하면 도장 찍으려고 한 서류인데, 이렇게 된 이상 찢어버리고 당신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사업 실패와 상관없이 그전부터 가족들에게 환영받는 가장이 아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을 나 몰라라 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업한답시고 매일 새벽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갔어요. 비싼 술집 전전하며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생활을 즐겼죠. 또 주말이면 마라톤 한답시고 주일미사도 거르고 나돌아다녔던 부끄러운 과거가 떠오르더라고요. 심지어 아이들 앞에서 아내에게 폭언을 퍼붓고, 아이들에게 폭력까지 휘둘렀습니다."

 그 길로 마두동성당을 찾은 그는 아버지학교 모집 현수막을 우연히 발견했다.

 "무엇을 배우는 학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줄 곳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들었어요."

 그는 5주에 걸쳐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남성, 아버지의 사명, 아버지 영성,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 아래 친교시간, 찬양과 토의, 인터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변화되기 시작했다.

 "가족과의 데이트, 편지쓰기 등 아버지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하면서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어요. 제 마음 속 독소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가족들도 차츰 제 진심과 변화를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성 요셉이 어린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보호했듯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가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저 자신이 변화돼야 했던 겁니다."

 그는 아버지학교 수료 후에는 봉사자로 일하면서 또 다른 아버지들의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아버지학교 찬양팀으로 봉사할 뿐 아니라 주일이면 근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2009년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은 것. 12시간이 넘는 대수술과 30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가족은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마음 만은 편했어요. 지난날의 부끄러운 과거를 함께 도려내는 기분이었거든요. 또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제 손을 잡아 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런 가족의 마음이 전해진 덕일까. 그는 3년 여의 투병생활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밖에서 찾아 헤매던 무지개를 가정 안에서 찾았어요. 주님이 허락하신 새로운 삶 모두를 가족을 위해 온전히 쓰려고 합니다. 성 요셉처럼 모범 가장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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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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