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살 소녀 리지 마이어스, 교황 만나기 소원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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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리지와 눈높이를 맞추고 뭔가 속삭이고 있다.【바티칸=CNS】 |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리지 마이어스(5)가 완전히 실명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자, 그의 부모는 딸의 ‘비주얼 버킷 리스트(visual bucket list)’를 만들기 시작했다.
딸이 시력을 잃기 전에 해보고 싶어 하고, 또 부모로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다.
리지는 6일 그 리스트 중 하나에 ‘달성’ 표시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만나기’.
이날 리지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교황청의 배려로 맨
앞 가족석에 앉아 있다가 교황을 만났다. 알현 행사를 마친 교황은 리지에게 다가와
볼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어 소녀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빛을 잃어가는 두 눈에 차례대로 십자성호를 그으며 축복해줬다.
꿈만 같았던 소원 하나를 이룬 리지는 해맑으면서도 수줍은 표정으로 교황에게
운석 조각을 선물했다. 최근 다녀온 천문기상대에서 받은 소중한 기념품이었다.
리지의 어머니 크리스틴 마이어스는 기자들에게 “리지는 놀라서 쓰러질 정도로
경이로워했다. 리지는 그 큰 눈으로 교황님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난 그 순간 평화를 느꼈다. 그 애가 실명 위기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 느껴보는 평화였다”며 기뻐했다.
리지 가족의 로마행 비행기 표는 터키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했다. 리지의 사연을
전해 들은 항공사 매니저가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비행기 표를 제공할 테니 가고
싶은 곳을 말해보라”고 하자 리지 가족은 로마를 선택했다. 가톨릭 신자인 리지
가족은 로마에 가면 교황을 만나는 것은 물론 성 베드로 대성전과 로마시대 유적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지의 아버지 스티브 마이어스는 “만일
딸에게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건 교황님이 딸에게 해준 축복에서 시작된
거라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리지의 병은 시력과 청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어셔 증후군 타입 B’라는 희귀병이다.
몇 년 안에 소리와 빛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리지의 ‘버킷 리스트’에는 이
밖에 개똥벌레 잡기, 모닥불에 스모어 구워먹기, 연날리기 등이 들어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