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모임 ‘위드유’ 한국 청년 10여 명과 함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통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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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청년들과 남한 청년들이 독일 분단의 현장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통일 기원 노래를 부르고 있다. |
1997년 ‘고난의 행군’ 시기에 16세, 어린 나이에 탈북했던 박영철(35)씨.
탈북 뒤 중국 동북 3성 일대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가 2001년 11월 한국에 들어와 북에 살았던 세월만큼 살았지만, 그는 여전히 고향이 그립다. 정겨운 친구들, 살갑던 친척들이 모두 그 땅에 살고 있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커지고, 명절 때면 더 힘겨워요. 언제나 고향 땅을 밟을지, 언제 다시 고향에 돌아가 헤어진 부모 형제들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꼭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래를 시작했지요.”
탈북 청년들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에 담았다. 20∼30대 북녘땅 출신 남녀 젊은이 25명이 마음을 모아 ‘위드유’(With-U)를 결성하고 한국의 청년 10여 명과 함께 독일로 건너가 24일 동·서 베를린 경계선이 있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통일 노래를 불렀다. 이날 부른 곡은 ‘고향의 봄’과 ‘뭉게구름’, ‘홀로아리랑’ 등 세 곡으로, 모두 우리 겨레가 하나 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강민(노트케르발블로) 가톨릭합창단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아 하나통일원정대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브란덴부르크 문 공연을 전후해서는 베를린 장벽박물관과 포츠다머 광장에서도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즉석 퍼포먼스와 공연, 한반도 현실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상연하며 한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독일인에게도 요청했다.
탈북 청년인 김영호 원정대장은 “우리 북한 출신 청년들이 하나 된 조국을, 통일된 한반도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 하나 때문”이라고 했다.
23일 출국, 28일까지 ‘오늘의 베를린에서 내일의 평양을 본다’를 주제로 진행된 독일 방문 행사는 KEB하나은행에서 독일 방문 비용을 전액 후원하고,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G&M글로벌문화재단에서 협력했으며, 재독한인모임인 코리아협의회에서 현지 후원했다. 아울러 26일에는 하일란트교회에서 재독 한인과 베를린 시민들이 함께한 가운데 합창 공연을 열고, 참석자들과 함께 탈북 청년들의 삶과 꿈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귀국 뒤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주임 고찬근 신부)의 협력으로 8월 11일 오후 8시 대성전에서 ‘광복 71주년 기념 통일 기원 합창’ 무대를 마련한다. 명동성당에서의 합창 공연은 하나통일원정대의 귀국을 장식하는 행사이자 남북 청년들의 베를린 원정 무대에 대한 귀국 보고 자리다.
이강민 지휘자는 “어린 나이에 북한을 탈출해 갖은 고난을 다 겪은 탈북 청년들의 공통 관심사는 우리가 평소에 잊고 살아가는 통일 문제이기에 그에 초점을 맞춰 노래를 선곡했다”면서 “이번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과 명동성당 공연을 통해 탈북민들이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의 주역이자 선봉대’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