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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예술인] <2> 배보람 루치아(성악가)

음악으로 주님께 다가가는 성당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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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주님께 다가가는 성당 누나




“성악가가 된 것은 초등학생 때 본당 성가대 활동을 한 덕분이에요. 신앙이 인생의 진로를 정해 줬다고 해야 할까요?”

1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만난 성악가 배보람(루치아, 30, 소프라노)씨는 묻기도 전에 ‘신앙 이야기’부터 꺼냈다. 외동딸인 배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주일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주말이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다.

신앙을 갖게 된 것도, 노래하게 된 것도 어머니 영향이 컸다. 사실 그의 어머니는 노래를 잘 못했다. 어머니의 개인적인 소망이 ‘성당에서 큰소리로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었을 정도다. 딸이 노래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머니는 그에게 동요 개인 지도를 시켜줬다. 본당 성가대 활동은 당연한 일이었다.

예중 입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어머니는 “합격자 발표일에 맞춰 54일 기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격하면 그 길로 가고, 아니어도 실망하진 말자”고 딸을 다독였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배씨는 예중에 합격했고 이후엔 성악 이외에 다른 길을 걷지 않았다.

배씨는 선화예중ㆍ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은 중ㆍ고등학교 시절과는 딴판이었다. 전국의 음악 천재들만 모인 것 같았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친구들도 있었고, 또 대부분 가정환경이 유복했다.

“고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졌어요. 레슨비도 많이 들 때였죠. ‘난 왜 넉넉하지 못하지?’ ‘어려울 때가 하필 지금이야?’ 하고 원망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은 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우리가 매달릴 데가 예수님밖에 더 있겠니”라고 말했다. 이후 배씨는 본당 새벽 미사 반주 봉사에 나섰다. 대학 졸업 후에도 1년 반 동안 명동주교좌본당 가톨릭합창단에서 봉사했다. 그 역시 예수님께 밖엔 매달릴 데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배씨는 꿈을 키우기 위해 2010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프라이부르크(Freiburg) 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오페라 전공)과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유럽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씨가 롤모델이었다.

“유학 생활은 즐거웠어요. 동기들끼리 서로 경쟁할 만도 한데 독일 친구들은 큰 관심과 우정을 보여줬어요. 제가 알지 못했던 오디션이나 콩쿠르가 있으면 귀띔도 해 줬지요.”

하지만 석사 1학기를 마칠 무렵,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졌다. 미사 한 번도 빠지지 않던 어머니가 성당에 가지 못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2012년 지병인 혈소판 질환으로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컸다. 긴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무리 연습해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독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 안젤라 닉(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 교수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며 같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잠시 노래를 멈추고 여행을 했다. 2013년 여름 귀국해 꾸르실료(서울대교구 청년 20차)에 참여하고 봉사를 하면서 조금씩 슬럼프는 사라졌다.

배씨는 현재 선화예술학교에 출강하고 ‘앙상블 브리제’와 ‘앙상블 볼란테’ 단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일에는 가톨릭대 성심교정 예수성심성당 교중 미사 성가대와 서울 석촌동본당 청년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오는 21~25일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 그레텔로 출연한다.

배씨는 “앞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의 봉사자가 되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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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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