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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 역자 후기 「새 계약의 봉사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

기쁜소식 사제 영성 시리즈 1ㆍ2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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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소식 사제 영성 시리즈 1ㆍ2권 발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소금은 짜야 한다. 그런데 소금이 자신의 맛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설탕 맛을 보고서 단맛을 내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짠맛을 내라고 넣은 소금이 단맛을 내고 있으면 그 음식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이 바로 정체성의 문제다. 그리스도인이면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하고 사제이면서 사제답게 살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내야 하는 맛이 무엇인지 모르는 데에서 나오는 결과다.

사제 영성에 관한 안토니오 브라보 신부의 책들은 사제가 내야 하는 짠맛이 무엇인가에 대한 글들이다. 오랜 기간 프라도회 총장을 역임했고 한국에도 몇 차례 와서 교구 사제들의 피정을 지도했던 안토니오 브라보 신부는, 강의를 들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그의 강의들을 몇 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기쁜소식에서 5권으로 기획하고 있는 ‘사제 영성 시리즈’의 책들은 여러 각도에서 사제직을 조명하여 그 이해를 돕는다.

본래 이 책들은 이론적인 교과서가 아니라 강의 자료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저자 자신이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유사한 주제를 반복함으로써 독자에게 분명한 인상을 심어 주려 한다. 또한, 많은 성경 본문들을 직접 인용하여, 독자가 직접 성경 말씀으로부터 양식을 얻도록 한다.

그러나 어렵지 않은 표현들 속에서도 이 책들은 탄탄한 신학적인 깊이와 균형을 바탕에 깔고 있다. 5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에서 각 권은 사제직의 서로 다른 요소들을 다루면서도 기본적으로 모두 구약과 신약으로부터 출발하여 구원의 역사 전체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정확히 규정하면서 그 안에서 사제직을 제시한다. 이들은 사제직이라는 주제를 고립시켜 바라보지 않고 하느님 백성의 역사 안에서, 그리고 전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사제직을 제시한다.



이 시리즈 제1권으로 출간된 「새 계약의 봉사자」는 사제의 직무에 관한 책인데, 여기서는 먼저 구약과 신약 전체 안에서 ‘계약’ 개념을 고찰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새 계약의 공동체인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봉사하는 사제의 역할을 다룬다. 새 계약의 봉사자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사제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봉사자 예수 그리스도를 재현하는 데에 있다.

아무도 감히 자신이 그러한 드높은 역할에 합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부인 교회를 신랑이신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것이 사제의 역할임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여기에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신랑의 친구로서 오직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제의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오늘날의 교회 안에서 사제가 찾아야 하는 자리를 짚어 준다.

제2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는 사제 성소에 관한 책이다. 현대에 이르러 사제 성소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하여 저자는, 단순한 수적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이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삶임을 깨달을 때 인간은 자신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참으로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길임을 알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이 삶에 대한 이해가 변화될 때에야 사제 성소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성소의 관점에서 본 사목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주장이 그릇된 방향으로 발전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초월성이 배제되고 하느님 없는 자율성을 주장하게 될 때,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오직 인간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때 인간은 실용적 가치로 판단되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길은 인간의 존엄성을 드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이 지니는 유일무이한 가치를 망각하게 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이 창조된 목적에 합당한 삶을 살게 한다. 이 시리즈에 속한 책들 가운데 특히 이 책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라는 제목과는 달리 모든 신자에게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강조되고 또한 교육, 의료 등 과거에 교회에서 행하던 여러 활동이 사회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이 현대에, 사제들과 신자들 모두가 사제의 정체성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사제가 해야 하는 고유한 몫은 무엇인가? 때로 그것은 미사를 집전하는 등 외적으로도 구별되는 요소들을 지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의 다른 이들과 구별되지 않는 일들을 수행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또 무엇에서 사제의 정체성을 찾을 것인가? 계층 사회의 한 층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의 구석구석에 소금처럼 들어가 있는 사제에게서 그의 정체성을 알아보게 하는 짠맛은 무엇인가? 사제가 평생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고민하는 노력은 머릿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제의 구체적 삶 안에서, 그리고 교회의 삶 안에서 그 소금의 맛으로 확인될 것이다. ‘사제 영성 시리즈’의 책들은 그 고민을 좀더 깊이 있게 하도록 길을 가리켜 주는 표지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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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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