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공간 탐방 <4·끝> 부천시 청소년 임시 쉼터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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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상담소 ‘별사탕’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주고 있다. |
불타는 금요일 밤, 부천역 앞에 늘어선 음식점과 노래방, 영화관은 ‘불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뜨겁다. 이 소란스럽고 화려한 번화가 한가운데서 남다른 ‘불금’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거리를 헤매는 위기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거리 상담소 ‘별사탕’이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천시 청소년 임시 쉼터 ‘별사탕’은 매주 금요일 저녁 부천역 앞 공터에 천막을 치고 ‘영업 개시’에 들어간다. 천막 문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겉보기와 달리 그럴싸한 공간이 나타난다. 김이 펄펄 나는 감자탕과 고소한 붕어빵 냄새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소년들과 봉사자들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겨울 추위가 싹 잊힌다. 천막 안은 식당이자 상담소이자 놀이터면서 병원이다. 한 편에선 인근 식당에서 후원해 준 음식으로 식사가 한창이고 다른 한 편에선 동네 의사들이 청소년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놔주고 있다. 10여 명의 봉사자는 쭈뼛거리며 천막에 들어오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오래 만난 형, 언니처럼 말을 건넨다. 청소년들은 봉사자들 손길에 이끌려 자리에 앉아 매니큐어도 바르고 보드 게임도 하며 자연스럽게 상담을 시작했다.
별사탕에는 매주 평균 40명의 청소년이 방문한다. 대부분은 가출 중이거나 가출 경험이 있는 아이들로 학교와 가정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별사탕은 이처럼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평일에는 PC방과 찜질방, 공원을 찾아가고 금요일이면 이들을 천막으로 불러 모은다. 밥을 먹으러, 치료를 받으러 천막에 들렀던 아이들은 잊지 않고 천막을 또 찾는다.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늘고 아이들의 경계심이 풀린 다음에야 봉사자들은 “사는 곳은 어디야?” “학교는 어떻게 됐어?”라고 물어본다.
아이들이 가진 문제는 제각각이다. 별사탕은 모텔 등에 장기 투숙하며 또래들과 ‘가출팸’을 이루고 사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반찬을 주고 오는 등 세세한 보살핌을 통해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다. 또 가정과 학교로 혹은 시설로 들어갈 수 있게 연계해 주기도 한다.
별사탕 소장 최인비(인천교구) 신부는 “청소년 10명 중 1명은 가출 경험이 있다”며 “입시 위주의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설 자리가 없고, 생존에 내몰린 가정은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신부는 “적어도 길거리를 헤매는 청소년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아무 이유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도 환영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