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 가정 폭력 해결 위한 교회의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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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 폭력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 가운데 98가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더욱이 신자 가정의 경우 ‘혼인 불가해소성’이라는 교리 때문에 장시간 폭력에 노출되도 참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문채현 |
‘훈육의 탈을 쓴 아동 학대’, ‘사랑 싸움으로 포장된 폭력.’ 모호한 경계 속에서 가정 폭력이 싹튼다.
올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약 700건의 가정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가정 폭력 112신고는 2013년 16만 1900건, 2014년 22만 7608건, 2015년 22만 7727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폭력 앞에 벙어리 냉가슴
크고 작은 가정 폭력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발생할 만큼 흔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청소년 가정 폭력 현황」에는 청소년 10명 가운데 5~6명이 부모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2013년 전국 가정 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미만 기혼 여성의 45.5가 1년간 부부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98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정 폭력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자 가정도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아
신자 가정 역시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가정 폭력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 한 마디부터 범죄에 이르는 행위까지 폭이 넓다. 가정 폭력 근절을 위해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는 최근 심포지엄을 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정 폭력 현실을 진단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가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세대살림연구소장 정준교 교수는 가정의 공동체성을 높이기 위해 △모범적인 가정 공동체의 구체적 사례를 공부하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대화 방법을 익히며 △사목자의 적극적인 사목과 도움을 받을 것 등을 제시했다. 특히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와 근거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신자들에게서도 교회 가르침과 괴리된 행위가 나타나는 것”이며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집안처럼 모범적인 가정 공동체 사례를 구체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대로 ‘부탁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라는 말을 생활화할 것을 조언했다.
살레시오청소년수련원 원장 김상윤 신부는 “신앙은 증거하는 삶인 만큼 가정 안에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며 “예방 교육 안에서 종교는 교육할 수 없는 것까지 교육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론”이라고 소개했다.
혼인 불가해소성 때문에 참고 견뎌
가정 사목 관계자들은 신자 재교육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 교수는 “피해 여성 가운데 가톨릭 신자의 경우 혼인 불가해소성이라는 교리 때문에 장기간 폭력에 노출돼도 참고 견디는 사람이 많다”며 교회가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본당 사목자들에게 상담을 요청했을 때 ‘기도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은 방임”이라며 최소한 여성 긴급전화 1366은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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