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두·조영민씨 가정 3대 모여 아침 기도 봉헌, 3년 전부터 성경 통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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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두(베드로)ㆍ조영민(베로니카)씨가 아들 김준희(마티아)ㆍ며느리 우혜선(제노비아)씨와 손주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고 있다. |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시며 가정생활을 거룩하게 하신 예수님, 저희 가정을 거룩하게 하시고, 저희가 성가정을 본받아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게 하소서.”
지난 12월 23일 오전 8시 1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가정집. 김병두(베드로, 67, 대방동본당)ㆍ조영민(베로니카, 65)씨 부부와 아들, 며느리, 손주 3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일곱 살 막내(김성현 스테파노)는 잠이 쏟아져 연신 하품을 반복하지만, 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고사리손을 모으고 함께 기도를 바친다.
김씨 가정은 지난 여름부터 3대가 모여 하루를 기도로 시작해왔다. 김씨 부부가 새벽 6시 미사를 봉헌하고 집으로 돌아와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으면, 아침 식사를 하고 직장과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아들 부부와 손주들이 단독주택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온다.
이들이 가정 기도를 시작한 것은 대방동본당(주임 주수욱 신부)이 지난 5월 ‘가정에서의 신앙교육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서다. 본당은 전 신자를 대상으로 가정 신앙교육의 현실을 진단하는 설문조사를 벌였고, 가정 복음화를 위해 △가족과 함께 기도하기 △가족 성지순례 인증샷 대회 등 가족 단위의 신앙생활 및 활동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가정 기도를 위해서는 3대가 함께할 수 있도록, 기도 스티커를 만들어 어린이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 가정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정 기도를 열심히 바친 보상으로, 우수 가정에 선정돼 제주도 항공권도 선물로 받았다. 12월 초 가족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서도 함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행사나 모임으로 아침에 가족이 모이기 어려우면 저녁때라도 꼭 모여 기도를 바친다.
바쁘고 졸린 데다, 밥 먹고 학교 가기에도 바쁜 시간에 아이들이 기도하는 습관을 잘 들인 이유는 따로 있다. 3년 전부터 주일마다 함께 모여 성경 통독을 해왔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서 3대가 함께 사는 김씨네는 주일이면 아래층에 사는 큰아들 가족뿐 아니라 인근에 사는 둘째 아들 가족들도 함께 모여 성경을 읽었다. 두 아들 부부와 손주까지 다 포함해 11명이다.
올해 첫영성체 반이었던 김성윤(필립보, 10)군은 가족기도 덕분에 첫영성체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 성원(안나, 11)양과 막내 성현(스테파노, 7)군도 주모경을 비롯해 아침에 바치는 부모ㆍ자녀ㆍ가정을 위한 기도를 몽땅 다 외운다. 조부모는 손주ㆍ손녀들이 기도하고 성경 읽는 습관을 즐겁게 들일 수 있도록 가끔 용돈도 주고, 성경을 읽고 나면 치킨도 시켜준다.
기도와 말씀이 중심이 된 가정은 더 화목해졌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운한 게 생길 수 있는 사이인데,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신앙 안에서 서로를 더 믿어주게 됐다. 말이 적었던 부자지간도 편하게 말을 터놓기 시작했다.
김병두씨는 “세례받은 지 30년이 됐고, 봉사도 오래 했지만,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를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참 신앙인의 삶에 접어든 느낌”이라며 “아이들이 커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기도했던 기억이 신앙교육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