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음악에 깐깐한 ‘절대음감’ 소유자
원래 개신교 신자였다. 대학을 마치고 뒤늦게 간 군대에서 진지하게 신앙을 고민했다. 제대 후 많은 영성 서적을 탐독한 끝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지금은 본당 성가대에서 반주 봉사와 성가 작곡에도 나서고 있다.
김길범(아우구스티노, 40, 춘천교구 우두본당)씨의 지난 10여 년의 인생 여정이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같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한 김씨는 미사 통상문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소규모 성가대를 위한 성가집 「젊은이를 위한 고백 미사」(2015)를 펴낸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다. 음악인이면서 회사원인 김씨는 2015년 선종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발아 채소 전문 생산기업 ‘새청’의 부대표이기도 하다.
“제대하니 소속이 사라지더군요. 유학과 진학, 취업 사이에 참 고민이 많았어요. 영성 서적을 읽은 것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지요.”
진로 고민으로 눈앞이 캄캄하던 시절 김씨가 펼쳐 든 영성 서적들은 ‘새로운 길’이자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토마스 머튼(1915~1968, 트라피스트회) 신부의 「칠층산」을 비롯해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 등은 방황하던 그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세례명을 아우구스티노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본당 주임 신부는 예비신자반 시절 남다른 눈빛으로 교리를 듣는 김씨를 눈여겨 보고는 세례 직후 성경공부를 권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그때 하느님께서 저를 ‘하드 트레이닝’시키신 것 같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세례받은 2005년부터 2년간 서울대 음대 기도 모임 ‘뮤즈 피아트’ 대표를 역임했고, 2006년부턴 서울과 인천의 본당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한국평협 주최 ‘우리 성가 작곡 공모’에 응모, 두 차례 장려상을 받았다. 음악출판사 재직 경험을 발판 삼아 생활성서사 음반 등 다수의 음반 편곡에도 참여했다. 2015년에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초등부 35주년 기획 음반 ‘세상을 꽃피우는 하느님 말씀’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9세 때 피아노를 접한 김씨는 ‘절대음감’ 소유자다. 이를 발견한 중학교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회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곡을 만들어 전례력에 따라 성가집을 내는 것이 꿈이다.
김씨는 교회 음악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주의다. 분명한 가사(내용) 전달을 위해 음악적 화려함을 기꺼이 포기한 그레고리오 성가를 교회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성가에서 기도문을 변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사와 음이 어울리지 않는 곡도 많이 봤고요. (보수적인) 개신교에서도 교중 미사에 해당하는 대예배 때 생활성가를 부르지 않는 데가 많습니다. 생활성가와 전례용 성음악을 분리해서 작곡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김씨는 “작곡가가 곡을 발표하고 인정받으면 정부에서 소정의 지원금을 주는 네덜란드처럼, 우리나라도 청년 음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