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상담사례로 보는 10대의 아픔 (상)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아프다. 7명 중 1명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고, 5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정순택 주교)에서 운영하는 시립보라매 청소년수련관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생명사랑센터,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I Will 센터)를 운영하면서 위기 청소년 개입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련관의 청소년 상담 사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 △자살 충동과 우울증 △학교 밖 청소년 문제 등을 짚어본다.
중2 민기(가명)는 4학년 때부터 매일 5시간 이상 게임을 했다. “게임할 때만 감정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민기는 학습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고 밤을 새워 게임을 하다 보니 아침마다 혼나며 일어난다. 최근엔 PC방에 가기 위해 부모님 돈을 훔치다 들키기도 했다. 민기는 인터넷 중독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고2 영호(가명)는 가수가 꿈이다. 반대하던 부모님을 졸라 음악 공부를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부쩍 우울한 상태다. 아버지는 “공부도 못하는데 음악도 못하면 내 아들이 아니다”며 호통을 쳤다. 영호는 압박감 때문에 부모님과 대화가 길어지면 눈물을 보인다. 우울함이 사라지는 유일한 시간은 인터넷 게임을 할 때다.
우리나라 청소년 20만 2000여 명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3∼4월 전국 청소년 141만 3000여 명을 상대로 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 전체의 14.3%가 ‘위험ㆍ주의 사용자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상담기관을 찾는 상당수의 청소년은 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과 관련된 문제를 호소한다. 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은 자기통제 저하, 우울 증세, 음주 및 흡연, 도박, 성 인식 왜곡 등 복합적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보라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세라(클라라) 팀장은 상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버려두지 말고 예방 차원에서 상담을 적극적으로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박 팀장은 “많은 부모가 본인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다,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상담을 부담스러워하고 주홍글씨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녀와 가정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고, 훈육 방법에 조언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은 인터넷 중독 전문 상담기관 ‘아이윌(I Will) 센터’를 통해 개인ㆍ집단ㆍ가족 상담, 심리 검사, 치유 캠프, 표현예술치료, 의료기관 연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6개 ‘아이윌(I Will) 센터’가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함께 운영하는 국립청소년 인터넷드림마을과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를 통해 인터넷 중독 상담ㆍ치료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전화(1388)는 전국의 시ㆍ군ㆍ구 200여 곳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연결된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