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의 삶으로도 만족하며 지낼 수 있었지요. 하지만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상대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어요.”
가야금 연주자 김선림(수산나, 44, 추계예술대 국악과) 교수는 30년 이상 가야금을 연주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감을 후학 양성을 통해 느꼈다며 “교직이 천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주자는 사실 자신의 연주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하지요. 하지만 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전하는,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처럼 느껴졌어요.”
1995년 서울대 음대 국악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KBS 국악관현악단에서 가야금 연주자로 있으면서 공부를 계속했다. 제자들을 가르칠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서울대에서 국악기악석사 학위를, 이화여대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수원대 강사를 시작으로 추계예술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야금을 가르쳤다.
김 교수는 제38회 전국난계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실력 있는 가야금 연주자다. 아시아금교류회와 (사)가야금연주가협회 회원이자, 한국국악교육학회 이사다. 2012년과 2014년엔 각각 ‘김선림과 가야금, 영산회상과 푸른 아침을 머금다’, ‘김선림과 가야금, 성가에 물들다’라는 음반도 발표했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가야금은 12현을 가진 ‘전통가야금’부터 25현을 가진 25현금까지 시대에 따라 12ㆍ17ㆍ18ㆍ25현으로 발전을 이뤄왔다. 18현금까진 5음 음계를 갖고 있지만, 25현금은 서양 악기와 같은 7음 음계를 갖춰 어떤 곡이든 연주할 수 있다. 폴리에스터 현으로 돼 있는 25현금의 연주를 눈을 감고 들으면 기타나 하프 연주로 착각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손으로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야 하는 가야금은 사람 몸과 악기가 직접 닿기 때문에 감정 전달과 표현이 탁월하다”고 가야금의 매력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의 권고로 가야금을 시작하게 된 것,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가야금 연주자로 활동해온 것, 제자들을 가르치게 된 것 모두 주님 은총”이라고 말했다.
“성당에서 미사 때 가야금 연주 봉헌을 해달라고 연락이 종종 와요. 하지만 학생들에게 모든 일정과 신경을 집중해서인지 짬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앞에서 제가 가진 탤런트로 열심히 봉사하지 못하는 게 늘 앙금으로 남아 있어요.”
전통 가야금 연주곡으로 첫 앨범을 발표했던 김 교수가 두 번째 앨범 주제를 신앙으로 정한 것은 2013년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교수로 임용된 것에 대한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노래도 직접 불렀다.
그는 제자들에게 성취감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려 노력한다. 가야금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학교 이름을 딴 ‘추파 앙상블(CUfA ensemble)’을 결성하고 정기연주회를 개최해 왔다. 추파 앙상블 학생들은 정규수업 이외에도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연주실력을 쌓는다. 사제지간에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인성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말을 물가에 끌어다 놓을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서양 속담처럼, 자신이 진정 원하고 갈망하는 일을 찾아 즐기면서 실천할 때 결과도 더 좋다는 것을 학생들을 보며 경험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