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성경광익」 책 표지. |
성경광익
마이야 신부 지음
유은희 수녀 옮김/순교의 맥/ 1만 5000원
「성경광익(聖經廣益)」은 프랑스인 예수회 중국 선교사 조제프 프랑수아 마리 안 드 모이리아크 드 마이야(1669~1748)가 1740년 저술한 한문서학서다.
이 책은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의 묵상법에 따라 주일과 축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영신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피정 지도서다.
이 책으로 맨 먼저 피정을 한 조선인이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다. 1785년 봄 ‘을사추조적발사건’으로 김범우(토마스)가 유배를 가고 이벽(요한 세례자)이 가족 박해로 세상을 떠나 어수선할 때 권일신은 조동섬(유스티노)과 용문산 산사로 들어가 「성경광익」으로 8일 동안 영신수련에 전념했다.
성찰과 통회, 정개(定改)와 수신생활은 유학자였던 권일신을 비롯한 한국 교회 창설기 지식인 신자들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수신의 목적이 인격을 닦아 성인이 되는 데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이들은 「성경광익」을 늘 가까이하며 영신수련에 힘썼다. 최창현(요한)은 1790년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 보급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1801년 신유박해 이전에 도입된 주일과 축일 복음 주석서 「성경직해(聖經直解)」와 하나로 묶어 「성경직해광익」이라 하여 전국으로 보급했고, 1950년대까지 공소 예절에서 사용됐다.
문제는 「성경직해광익」을 편집하면서 이냐시오 묵상법을 삭제한 것이다. 또 「성경직해」는 일제 강점기까지 교회가 간행했지만 「성경광익」은 출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근ㆍ현대의 한국 교회 신자들은 초기 신자들과 달리 이냐시오 묵상법을 알 수 없었다. 또 선교사들에 의해 신자 생활이 지탱되면서 점차 수동적이고 습관적, 형식적인 신앙생활로 변해왔다.
오늘날 한국 교회 신자들이 복음 말씀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풀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성경광익」이 지금의 글로 완역돼 출간됐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유은희(체칠리아) 수녀가 10여 년 동안 수고한 결실이다. 도서출판 순교의 맥 한문서학서 번역 총서 제3집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원문 번역뿐 아니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621개의 풀이가 있다.
유 수녀는 “한국 교회 신앙 선조들의 믿음의 뿌리가 성경에 닿아 있으며 교회 설립과 성장의 근간에 「성경광익」으로 영신수련을 한 신앙 선조들의 수덕생활이 있었음을 확인했기에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