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혜음’ 멤버들과 함께한 심보연씨. 오른쪽 두 번째가 심씨다. |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악가의 길을 걷진 않았다. 방황과 냉담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 손에 이끌려 오랜만에 성당에 갔다. 마침 부활절이었다. 예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다시 노래하고 싶다’고. 그리고 지금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쁨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15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2015) 최우수상 팀인 ‘혜음(惠音)’의 보컬인 생활성가 가수 심보연(엘리사벳, 37, 인천교구 도창동본당)씨다.
심씨는 현재 본당에서 교중 미사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트리니타스합창단 단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한국 천주교 생활성가찬양사도협회가 발매한 앨범 ‘어메이징 러브(Amazing Love)’ 중 한 곡인 ‘내 안에 주님 계시다면’을 불렀다. 매달 한 차례 서울 동자동 ‘성분도 은혜의 뜰’과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하는 생활성가 콘서트와 음악 봉사에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엔 cpbc FM ‘그대에게 평화를 박명선입니다’에서 여름 휴가를 떠난 진행자 박명선(수산나, 생활성가 가수)씨를 대신하며 방송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방황을 끝낼 수 있게 해주신 분은 예수님이에요. 주님께선 노래하고 싶다고 매달리는 제 손을 잡아주셨지요. cpbc창작생활성가제 수상곡 ‘당신만이 나의 하느님’에는 이러한 주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제 노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 매우 행복합니다.”
5남매의 막내인 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미사 때마다 ‘알렐루야’를 선창하는 이가 전례부원이란 말을 듣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 세례를 받았다. 중학생 시절엔 덜컥 예고 입시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적도 있다. 낙담하고 있을 때 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큰 용기를 줬고 이에 힘입어 뒤늦게 음악 개인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대학에선 방황의 연속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관심이 있던 힙합에 빠져 틈만 나면 친구들과 서울 마로니에공원 등지로 힙합춤을 추러 다녔다. 요란한 힙합 모자를 쓰고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성악과 학생은 금세 학교 유명인사가 됐다. 성악가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외환위기 시절, 집안 형편상 성악 공부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우연히 아르바이르토 텔레마케터 일을 하게 됐는데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당시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큰돈을 월급으로 받았다. 경제 관념이 없던 어린 시절에 큰돈을 만지니 흥청망청 썼다. 신앙과는 점점 담을 쌓고 지냈다.
“20대 아가씨가 친구들과 고급 술집에 다니며 양주만 마셔댔으니 얼마나 허세를 떨며 살던 시절이었는지요. 분수도 모르고 늘 술에 취해 살던 저를 보다 못한 둘째 언니가 성당으로 데려간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언니 손이 ‘예수님 손’이었던 것 같아요.”
심씨는 그후 교중 미사 성가대를 시작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달라진 삶을 살기 시작했다. 성당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내세울 것 없고 부끄럽기만 한 삶을 살아온 저에게 주님은 늘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이라며 “앞으로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묵묵히 주님이 불러주시는 대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