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계절의 신앙 |
사계절의 신앙
손희송 주교 지음 / 생활성서 / 1만 7000원
 |
▲ 손희송 주교 |
존경하는 성직자의 가르침을 언제든 보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신자가 바라는 점이기도 하다.
 |
▲ 올해로 사제 수품 31년, 삶의 시간으로 환갑을 맞는 손희송 주교는 “마음의 양식이 되는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림은 왼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 【CNS】 |
손희송(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이런 측면에서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해결해 주는 ‘소통하는 성직자’다. 사제 시절은 물론이고 주교로 임명되고 나서도 틈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며 신자들과 만나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10여 권에 이르는 저서와 서울주보 기고 등으로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신자들에게 교회 가르침과 신앙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손 주교가 최근 새 책 「사계절의 신앙」을 내고, 다시 한 번 신자들 삶의 문을 두드렸다. 주요 전례시기 때마다 길어올린 신앙 단상 73편을 월별로 묶어 아름다운 사계절만큼이나 각기 다른 빛으로 다가오는 은총의 의미를 담았다. 1월 ‘진정한 새해’부터 12월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에 이르기까지 한 해 전례력에 따른 성사의 의미와 우리가 지녀야 할 신앙관을 망라하고 있다. 손 주교가 겪은 다양한 일화와 체험, 명언을 함께 곁들인 ‘주교의 강론집’이다.
손 주교가 평소 특별히 강조하는 말이 있다. “하느님은 우리 가까이 계십니다.”, “이기적인 습관을 버리고 사랑의 마음을 지닙시다.”, “늘 감사하는 삶을 삽시다.”
손 주교가 책을 통해 밝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이른바 ‘이기심’, ‘불만’, ‘욕심’, ‘포기’, ‘집착’ 등이다. 반면 ‘이웃’, ‘사랑’, ‘평화’, ‘겸손’, ‘영성’, ‘하느님’, ‘성모님’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경 말씀을 곁들인 현대인 맞춤형 해법이 눈길을 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 바람, 생각, 곧 자기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24쪽)
“자신이 못났다고 자책하거나 열등감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잘나고 성공한 자식만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자식도 품어 주고 아껴 주십니다.”(27쪽)
손 주교는 희생을 ‘자기 포기’보다 ‘봉헌’으로 여기라고 주문한다. 자신을 기쁘게 봉헌한다면 그것이 곧 예수님 사랑을 닮게 된다는 것. 말씀에 따라 산다면 누구나 하느님 마음에 드는 ‘스타’가 될 수 있고, 내 안에 존재하는 악한 늑대보다 좋은 늑대에게 먹이를 주라고 일러준다.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사흘 뒤 부활하셨듯이 사흘만 기다린다면 모든 게 정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삶 속 믿음의 힘’도 일으켜준다. 세례성사의 의미부터 순교자 신심까지 신앙 전체 의미가 빠짐없이 담겼다. ‘골계적(滑稽的) 해학’을 즐기는 손 주교는 여러 교훈 속에 유머도 잃지 않고 있다.
손 주교는 올해 사제 수품 31년, 삶의 시간으로 환갑을 맞았다. 마음의 양식이 되는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는 손 주교는 페이스북에 일찍이 여읜 아버지를 떠올리며 출간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제 나이 60이 되자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보다 6년을 더 살았는데 뭔가 은혜 갚음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상 속에 은총이 숨어 있고, 그 은총으로 일상이 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적 반찬을 곁들여 손 주교가 직접 차린 ‘말씀의 밥상’ 앞에 앉아볼 때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