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대 사목연구소 심포지엄
위기에 놓인 사제 성소 감소의 현실을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성소국장, 본당 주임, 신학교 교수, 예비 신학생 담당 사제가 한자리에 모였다.
가톨릭대 사목연구소(소장 이동호 신부)는 11일 서울 혜화동 신학대 진리관에서 ‘교구 사제 성소의 계발과 양성’을 주제로 제26회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신부, 서울 양천본당 주임 윤일선 신부, 동성고 예비신학생 담당 김종호 신부, 가톨릭대 영성신학 교수 민범식 신부가 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들은 성소 계발과 사제 양성에 켜진 위기의 ‘빨간불’에 깊이 공감하며 사제들의 역할과 책임을 성찰하고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다.
조재형 신부는 “예비신학생 면접을 하다 보면 사제를 여러 직업 중 하나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우려했다. 조 신부는 “사제들이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직업인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며 사제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양 냄새 나는 목자’를 언급한 조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사제상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성소국은 가톨릭평화방송과 함께 사제 양성 영상물 ‘다큐멘터리 사제’를 제작, 방영했다. 다큐멘터리 사제는 일선 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와 성소 주일 특강 등에 자료로 활용되면서 사제 성소 계발과 양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성소국은 예비신학교 월 모임 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며 월 모임 때 미사를 강화했다.
윤일선 신부가 주임을 맡고 있는 양천본당은 현재 부제 2명과 신학생 10명, 예비신학생 20여 명이 있어 교구 내 타 본당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윤 신부는 ‘본당 사목구 주임으로서 사제 성소 계발과 양성에 대한 성찰과 소견-한국 사제 양성 지침서에 따라-’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양천본당의 (풍부한) 사제 성소는 지역 특성상 중산층이 거주하고 다소 높은 교육 수준의 부모와 높은 교육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500여 명에 이르는 성소후원회원들의 적극적 기도와 후원이 뒷받침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제 성소의 감소를 실감한다는 윤 신부는 “신자들에게 ‘사제 지망자들의 특별한 부르심’에 관한 교육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청소년과 그 부모에게 교회의 성사적 친교성에 관한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성소자 계발과 양성이 교구와 신학교, 본당의 유기적 교류를 통해 기획, 실행, 관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호 신부는 동성고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되더라도 동성고를 ‘성소자 거점 학교’로 지정해 주기를 요청했다. 김 신부는 “동성고 예신반은 현대 우리 교회 공동체의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라며 “동성고 예신반이 걸어온 길은 앞으로도 이어질 사제 양성이라는 과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범식 신부는 ‘양성’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고찰하며 교구 사제 양성의 방향과 내용을 발표했다. 민 신부는 “사제 양성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완벽한 이상적 사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제가 평생의 삶을 통해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문제를 마주하고 이겨내 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키워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제로 살아가는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 사제 양성의 전체 목적이고 의미, 내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보좌 유경촌 주교는 격려사에서 “사제 성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계발, 육성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사제 성소 위기의 공감대를 넓히고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다.
가톨릭대 사목연구소 소장 이동호 신부는 “누구나 찰나를 살지만 사제들은 영원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찰나를 영원으로 이어갈 동력은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 사제들의 살짝 웃는 미소가 교구 사제 성소 계발과 양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