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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김수현(오른쪽), 사진가 임준형씨 부부가 명동대성당 앞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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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작 ‘작약_신들의 상처도 치료하는 꽃’, 보태니컬 아트. |
그림을 통해 명상과 기도를 이끄는 여자와 삶의 편린들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 남자가 있었다. 둘은 신앙 안에서 만나 가정을 이뤘다. 아내는 그림으로, 남편은 사진으로 교회 안에서 봉사하며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화가 김수현(아가타, 38)씨와 사진가 임준형(안드레아, 39)씨 부부 이야기다.
대학에서 섬유 미술을 전공한 김씨는 한국보태니컬아트협회 강사 자격증을 가진 화가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을 의미하는 단어 ‘Botanical’과 예술을 뜻하는 ‘Art’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식물 세밀화’다. 보태니컬 아트는 원래 식물학자들이 사진 발명 이전 새로 발견한 식물을 잎사귀부터 뿌리까지 똑같이 그리던 그림이다. 엽서 크기 작품 한 장을 완성하는 데 평균 1~2주가 걸리는 세밀한 작업이다. 보태니컬 아트의 특징은 그림을 그리면서 차분해지고 마음에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보태니컬 아트를 접하신 분들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한다”면서 “신자 중에는 식물을 그리는 시간을 묵상과 기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들어 보태니컬 아트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김씨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출강하고 있다. 김씨는 한국가톨릭청년미술가회 회장으로서 성미술과 가톨릭 청년 미술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비단에 꽃을 그려 이것을 의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기에 보태니컬 아트에 쉽게 눈을 떴어요. 마케팅 회사 출신이어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했던 남편이 상하이 문구 박람회에 다녀와선 보태니컬 아트를 알려줬어요.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 보태니컬 아트는 사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작업할 때 남편 도움을 많이 받아요.”
대학생 때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 FM2를 물려받아 사진에 관심이 있던 임씨는 마케팅회사에 취업한 것을 계기로 사진을 찍게 됐다. 원래 사진과는 무관한 법학도였지만 카메라는 임씨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대학생 때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했고, 마케팅 회사 재직 시절엔 그가 촬영한 운동기구가 대박이 나면서 사진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한번은 사라지던 만리동 고개를 찍어 SNS에 올렸는데, 그 사진 덕분에 EBS ‘서울은 사랑할 것이 많다’는 프로그램에 작품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22세에 세례받은 그는 교리교사의 권유로 선택주말(미혼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선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선택주말 서울 대표 봉사자로 봉사했다. 「봉사자 양성 교과서」의 초안을 집필한 이가 임씨다. 두 사람은 선택주말에서 알게 됐다. 두 사람에게 선택주말 2박 3일은 방황하던 시기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후속 모임을 하면서다. 아내는 “처음엔 이 사람이랑 커피도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 6개월 뒤 힘든 시기에 남편이 보내준 가을 동영상을 보고 위로받고 싶어서 만남을 시작했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소박한 꿈을 꾼다.
“제가 신앙과 남편을 통해 위로받았듯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아내)
“일상 안에서 예수님의 흔적을 발견하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남편)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