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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애환, 1500년 전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에 해답이

베네딕토처럼 일하라 마이클 록 지음 / 이창훈 옮김 / 가톨릭출판사 /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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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야 하니까 일하지 뭐” 흔한 직장인의 넋두리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의 비애’는 깊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와 야근, 스트레스까지. ‘행복’과 ‘일’은 양립하기 힘든 환상일까.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문화, 인간관계를 새롭게 터득한다. 같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결과물을 함께 도출해 성과를 내며 보람을 얻는 것이 이상적 직장생활이다. 직장은 이른바 ‘사회생활’을 배우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우울증을 겪고 직장을 이탈하기까지 할까.
 

저자는 오랫동안 직장 영성을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흥미롭게도 베네딕토(480?~547?) 성인이 쓴 「수도 규칙」에서 행복한 직장인이 될 수 있는 해답을 발견했다. 1500년 전 성인의 가르침에서 직장생활의 진리를 찾은 것이다. 수도원 규율을 정리한 이 문헌은 놀랍게도 현대인 직장생활에도 크나큰 영성적 영감을 제공한다.
 

우선 인정해주기. 베네딕토 성인은 사람들이 업무에 전념하게 하려면 일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노동의 가치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가치’를 함께 본 것이다.
 

「수도 규칙」에는 직장생활과 관련한 핵심 단어들이 등장한다.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덕목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여러 사람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일하고, 정진한다는 면에서 수도원과 직장생활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경청, 정주(定住), 회심, 순종이 그 핵심 덕목들. 성인은 겸손한 청자(聽者)였다. 수직 구조일 수밖에 없는 회사에서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성인은 지금 자신이 자리한 곳에서 정성을 들일 줄 알아야 하고, 일상 모든 일에 열린 마음으로 적응하고 정진하며, 현재의 표징들을 주의 깊게 순종하며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은 일의 가치도 새롭게 조망했다. 일은 섬김이요, 공동체적이며, 부르심으로 여겼다. 일은 일하는 자신에게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이웃을 위한 사랑의 행위가 돼야 한다. 일은 공동체 안에서 이뤄진 풍요로운 결실이요, 일하는 노력 안에는 근면과 배려, 존중의 윤리가 미덕으로 자리한다.
 

특히 성인은 모든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뿌리 내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누구에게나 성숙의 과정을 고려한 질서가 필요하고, 업무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는 ‘내면의 영역’을 만들 체험의 시간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확고해진 내면성에서 비롯한 감정적, 영적 감각이 발휘돼 비로소 ‘진짜 나’로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의 노동을 향한 통찰은 이처럼 깊고, 장대하다. 책을 읽을수록 노동의 가치가 그저 ‘연봉’에만 국한하지 않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회사는 집단이면서 개인의 합(合)이다. 개개인 모두가 베네딕토 영성을 내면화할 때, 그 일터는 살아있는 공동체, 인간미 넘치는 곳이 될 것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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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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