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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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로마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치유 여행

코로나19 상황 속 언택트 순례 도와 성지 소개에 영성과 역사 교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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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뒷골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는 ‘전설의 로마 가이드’ 김평만(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신부가 책을 냈다. 서울 시내버스보다 로마 시내버스 노선에 더 빠삭한 김 신부가 이탈리아 성지순례 코스를 담아낸 「유스티노 신부의 치유의 순례기」다. 흔한 여행책처럼 정보 나열식 순례기도 아니며, 지나치게 감상에 치우치지도 않았다.

“순례기를 집필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어는 ‘마음과 영혼의 치유’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 많은 성인들이 남긴 삶의 향기와 발자취를 느끼며 시공을 넘어 깊은 위안과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김 신부가 ‘전설의 로마 가이드’ 별명을 얻은 건 2000년부터 6년간 로마에서 생활하면서다. 로마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학 시절 6년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로마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당시 논문을 지도해준 예수회 루이스 후라도 신부는 “사제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며 성지순례를 권했다. 성인들의 삶을 배우고, 닮도록 노력하라는 취지였다. 로마에서 100개가 넘는 성당을 발이 닳도록 다녔다.

한국에 돌아온 김 신부는 가톨릭대 의대 교수와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을 맡으며 쉴 새 없이 바빴다. 그러다 2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이들이 7년 전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제안했다. 이들은 1998년 김 신부가 수유동본당 보좌로 사목할 때 만난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단이다. 김 신부는 오랜 준비 끝에 올해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교사단과 11일간 순례길에 올랐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터졌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탔다.

김 신부는 로마의 성지와 성당을 중심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숨겨진 절경도 순례 코스에 포함시켰다. 식당도 직접 정했다. 11일 일정의 ‘유스티노 루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유스티노 루트는 세계문화유산인 폼페이 유적지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아말피 해변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체험하는 일정으로 시작했다. 베네딕토 성인이 규칙서를 쓴 몬테카시노 수도원, 그리스도인들의 순교지인 콜로세움, 성 클레멘스 성당을 지나 바티칸 박물관 등으로 이어진다. 김 신부가 바티칸 박물관에서 강추하는 곳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르네상스 미술 작품들이 소장된 회화관 ‘피나코테카’이다. 그는 라파엘로의 작품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의 감상을 권한다.

“신학을 공부하며 깨우친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순례하면서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진면목을 봐야 하는지 공부하면서 느꼈거든요.”

그는 바티칸 박물관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봐야 할 것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폴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누구인가’에 나오는 인간의 3가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연결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은 유한하며, 인간 자체는 완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그리스도를 통해 치유되고 구원되어야 하는 존재이지요.”

김 신부는 “인간은 하느님 품에서 왔고, 하느님 품으로 가며,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는 게 신앙”이라며 “오늘날 신앙이 확고하지 못하면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가 된다”고 경고했다. “세포와 바이러스의 결정적 차이는 생명체로 진화하는 것(세포)과 기생하며 떠돌아다닌다(바이러스)는 겁니다. 세포와 바이러스의 큰 차이점은 핵이 있느냐 없느냐에요. 정체성, 비전, 사명이 불분명한 사람은 바이러스처럼 떠다니며 사회에 해를 입힙니다. 무신론자, 허무주의자, 쾌락주의자로 떠다니지 않으려면 신앙생활을 통해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단연코 순례자들이 들고 다니며 읽을 책이지만 코로나19로 발 묶인 상황에서 언택트 순례책으로 추천한다. 얕게는 순례 코스를, 깊게는 삶의 순례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다. 책 수익금 전액은 발달장애인 자활센터 건립을 위해 쓰기로 했다.

“이 체험기는 여행 가이드의 소개 수준을 넘어 개인 체험과 지식이 훌륭히 추가되었고, 무엇보다 영성 신학자로서의 김 신부님이 각 성지와 명소가 주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교훈과 역사의 교훈을 깊고도 순수한 묵상 차원에서 기록하신 것이어서… 감동을 줄 교훈들이라고 생각합니다.”(주교회의 보건사목담당,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유스티노 신부의 치유의 순례기

김평만 신부 엮음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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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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