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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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알려준 행복의 기술

행복해지고 싶은 현대인에 조언 감사, 하느님께 가는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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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것은 하느님의 소관이지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굳이 하나가 있다면 있는 것에 감사하는 거예요. 감사는 하느님께 가는 가장 빠른 사다리에요. 제가 하느님을 알게 해주신 것 외에 더 큰 감사는 없어요.”

지리산 자락을 품고 흐르는 섬진강 변 윤슬이 눈부시다. 번잡한 서울 생활을 접고, 고즈넉한 경남 하동의 이층집에 짐을 푼 지 2년. 홀로 있는 시간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었다. 나이 먹은 얼굴과 몸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자신을 잘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것에 집중했다. 혼자 먹더라도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듯 자신을 잘 대접했다.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위즈덤하우스)를 펴낸 공지영(마리아) 작가를 경남 하동의 자택에서 만났다.

“나를 잘 대접하는 일의 근본은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애써 만드셨다는 것에 있어요. 친구의 아이가 자해를 한 일이 있었는데, 나도 예전에 긁고, 화상을 입히고 자학하는 짓들을 내 영혼에 했던 거 같아요. 하느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존재인데, 잘 사랑하고 돌봐주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일종의 효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작가의 훈련이 잘 녹아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래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옮겨가는 데에는 20년이 걸렸다. 책은 삶에 의문을 품은 후배 세 명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돌보며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한 H는 해고 노동자를 도우려다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았다. 평생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온 J의 부모는 돈을 안 주면 자살하겠다고 하지만 J는 ‘나쁜 년’이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워 착한 딸로 남고 싶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도 다녀온 S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지옥에 산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세 후배에게 공 작가가 보내는 답변이다. 공 작가는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대화를 통해 혹독한 인생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은 고통 없이 성장할 수 없으며, 고통은 살아있다는 징표임을 기억하라는 것. 상황을 애써 좋게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공 작가는 숱하게 구설에 오르내렸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은 수식어로 따라다녔고, 정치적 견해를 밝힐 때마다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응원과 사랑도 많았지만 개인의 상처와 고통을 두고 온 세상이 떠들었다. 그는 더 이상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 힘겹더라도 내적 평화를 유지했다. 내적 평화의 비법은 감사에 있다.

“나를 사랑하기 어렵게 하는 건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에 있어요. 「수도원 기행」에서도 썼는데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느냐면 우리를 다 부서뜨려서라도 구원하고 싶어하신다는 거예요. 하느님께 가는데 제 고통과 결함이 필요했던 것이죠. 헛된 고통은 없다는 것만큼은 남들보다 많이 믿어요.”

공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 스스로 성당에 가 세례를 받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성당에서 거의 다 보냈다. 포콜라레 활동도 했다. 대학교 2학년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냉담이 시작됐다. 스무 해 가까이 냉담을 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는 마흔이 다 됐을 때다.

“하느님이 없었던 지옥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지옥으로 다시 가고 싶진 않아요. 이건 냉담해 본 사람만 아는 ‘냉담의 축복’이에요.”

그는 아침에 일어나 1, 2시간은 기도를 한다. 빈속에 좋은 음식을 먹듯이 새로 태어난 영혼과 몸에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다. 바쁠 때에는 기도가 필요한 이들의 이름이 적힌 A4용지를 하느님께 보여드린다. 6년째 미사도 매일 봉헌해왔다. 17년째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나온 공 작가는 절망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봉사를 권한다.

“봉사가 나의 영혼에 봉사해요. 사형수들을 만나러 갔을 때 너무 힘들 때였거든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혼이 낫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17년 지기 친구들이에요.”

그의 인생과 문학이 지향해온 것은 울고 있는 것, 버림받은 것, 쫓겨난 것, 상처받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나의 일인 책을 썼는데, 하느님의 일인 책을 쓰고 싶어 기도하면서 쉬고 있어요. 그렇다고 ‘성경 주해서’ 같은 엄청난 책을 쓴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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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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