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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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소파에서 펼쳐지는 이탈리아 성당 순례길

수도회 사제와 기자가 함께 저술 피렌체 등 5개 도시 중심 성당 80곳 소개 성인의 삶·죽음, 유럽사 관계 등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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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동갑내기 두 남자가 5년 동안 겨울과 여름,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이탈리아를 찾았다. 배낭에는 성경과 아우구스트 프란츤의 「세계교회사」와 폴 존슨의 「기독교의 역사」 등을 챙겨 넣었다. 한 명은 로마에서 유학한 수도회 사제, 다른 한 명은 가톨릭 언론사에 몸담아온 기자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동아시아 준관구장 최의영 신부와 월간지 ‘가톨릭 비타꼰’ 우광호(라파엘) 주간이다.

두 사람이 선보인 「성당 평전」(시공사)은 피렌체, 나폴리, 베네치아, 바리, 밀라노 등 5개 도시를 중심으로 그 지역의 크고 작은 성당 80곳을 소개한다. 인근의 도시까지 아울러 크고 작은 성당과 세례당, 종탑 등을 비롯한 종교 건축물도 찾아갔다.

두 사람의 발품 덕에 독자들은 집에서 앉은 채로, 때론 누운 채로 이탈리아 성당 곳곳을 누빌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순례가 되겠지만 두 사람의 발과 눈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깊이 있는 안목과 해설에 이끌린다. 인물 평전을 써내려가듯 덤덤하게 성당의 이름과 역사 품은 사연, 성당과 깊이 관계 맺고 있는 가톨릭 성인의 삶과 죽음, 그들의 유해를 둘러싼 공방과 유럽사의 관계 등을 폭넓게 다뤘다. 각 성당의 예술작품은 물론 성당이 지어진 당시의 정치적 배경과 경제 흐름을 통해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 유럽사에서 종교와 신앙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 지도 이해할 수 있다.

전설적인 큐폴라로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 나폴리의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카르투시오회 산 마리티노 수도원 성당, 베네치아의 물에서 솟아난 듯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135개의 첨탑과 3000여 조각상으로 유명한 밀라노 대성당 등 이탈리아 골목 골목에 보석처럼 숨어 빛나는 성당들을 알뜰히 소개했다. 400여 컷이 넘는 사진 속 장관들을 따라가다 보면 순례자가 된 착각이 든다. 바리 인근에 있는 마테라, 알베로벨로, 레체를 비롯해 덜 알려진 밀라노 인근의 베르가모, 파비아의 성당 등도 만날 수 있다.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럽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지가 된 바리에서 저자는 산 니콜라 대성당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둔갑한 성 니콜라오의 생애를 묵상한다. 천장에는 난파 직전의 위기에 처한 선원들을 구하고, 어린이와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성 니콜라오의 일생을 그린 대형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이 성당의 지하 경당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성 니콜라오)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것은 아이들의 동심을 깨지 않기 위해 비밀에 부쳤다.

이들은 피렌체의 해안마을 친퀘테레의 몬테로소 기차역 인근에 있는 마을에서 연도 성당도 찾는다. 몬테로소에서 연령회 단체가 장례 미사 전용성당을 건축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연도 성당 맞은 편에는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 세례성사를 받는 산 조반니 성당이 마주하고 있다. 죽음을 기억하는 성당과 탄생을 축하하는 성당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성당들을 여행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인간은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위대한 건축물 앞에 서면 티끌이 된다. ‘생각하는 먼지’가 된다. 생각할 줄 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티끌은 위대하게 존재한다. 성당이 고결한 것은 건축물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위대한 티끌들이 수백 년 공들여 빚어낸 삶의 역사이기 때문이다”(‘들어가는 말’에서)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성당 평전

최의영 신부ㆍ우광호 지음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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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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