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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1세대 이콘화가가 담아낸 이콘의 모든 것

「이콘산책」 펴낸 김형부 이콘화가/ 이콘산책/ 김형부 지음 / 하상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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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을 처음 보는 사람은 이콘의 인물을 무뚝뚝하고 낯설게 생각합니다. 이콘은 실제 그림처럼 보이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영성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이콘 앞에 서면 묵상도 되고, 기도도 돼요. 눈으로 보면서 묵상하는 거죠. 초대교회 때부터 그려온 그림인데 동방교회의 전유물이라고 배척하기에는 아깝죠.”

한국에서 도자기 판매 수출업을 하다가 1982년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쾰른대학교에서 경제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쾰른대 비잔틴미술학과 교수 빌헬름 닛센 신부의 강의를 듣고 이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석사학위를 받고, 닛센 신부의 지도로 이콘에 입문해 이론과 실기에 매진했다. 2002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2년 후 경기도 화성시 북양동에 이콘 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러나 개관 10일 후 신도시 개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결국에는 미술관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 근처로 옮겨 다시 지어야 했다.

한국 교회 1세대 이콘화가 김형부(마오로, 74, 수원교구 미리내본당)씨가 밟아온 삶의 궤적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이콘 마오로 미술관(031-676-7201)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이콘산책」(하상출판사)을 펴냈다. 그가 한국 신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이콘에 대한 모든 것을 정성껏 담아낸 책이다. 2006년부터 11년 동안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이콘 담당 지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모아온 귀한 자료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이콘 원본 사진을 받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왕이면 원작을 보여 주고 싶었고, 저작권 허락을 받다 보니 책을 펴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네요.”

「이콘산책」은 하느님의 형상을 그릴 수 없었던 그리스도교 초반의 염원을 시작으로, 이콘의 발전 과정과 이콘에 적용된 상징적 표현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오해와 편견이 있는 이콘의 옹호와 파괴 논란에 대해서도 다뤘다. 왜 하느님의 빛을 이콘에서는 검푸르게 그리는지, 왜 이콘은 사람의 형체를 마르게 그리고, 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그리는지 등 일반인들이 이콘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상징적 표현들을 설명했다.

“이콘은 ‘그린다’라고 하지 않고 ‘쓴다’라고 합니다. 이콘은 전례와 기도를 위해 쓰였습니다. 이콘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인정한 형상을 기도하면서 써나가는 것입니다.”

경영학도였던 그가 독일의 닛센 신부에게 이콘을 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했을 때 닛센 신부는 깜짝 놀랐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이콘을 하겠다고 했더니 어안이 벙벙해지셨어요.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이콘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독일에서 처음 작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흔치 않은 삶’을 주제로 나무 작품 20점을 선보였는데, 신부님이 감격하셨어요.”

국내에서 최초로 이콘 개인전을 선보인 것도 그였다. 그는 1997년 잠시 한국에 귀국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명동성당 설립 99주년 기념 이콘 순회 전시회를 개최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신자들이 스테인드글라스와 이콘을 잘 구분하지 못하던 때였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아내와 두 자녀도 함께 고생했다. 생활이 빠듯했지만 두 자녀의 학비는 독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어 원하는 이콘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이콘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했다.

“하느님께 가는 길은 수천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제게 예능적인 재능을 주셨는데 그 재능을 안 쓰고 다른 쪽으로 가다 보니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땅으로 이콘 박물관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것도 하느님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콘을 그려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듯이 이콘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도 돈 버는 일이 아니다. 이콘 미술관에는 직접 작업한 80여 점의 이콘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을 운영할) 능력이 없어지면 이콘이 필요한 작은 시골성당에 이콘들을 기증하고 싶어요. 이콘을 통해 조금이라도 신앙에 보탬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하느님이 원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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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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