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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조각가 최종태 “일할 때는 청년이고, 일 안 하면 환자예요”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31일까지 조각·판화 등 77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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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태 작가와 그의 작품 ‘기도하는 사람’.

▲ 최종태 작가의 ‘두 여인’.



“아직도 멀었어요. 그런데 끝까지는 못 갈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 걸어갈 생각입니다.”

조각가의 길을 걸은 지 어느덧 67년. 청년 최종태는 이제 구순(九旬)의 원로 작가가 됐다.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기대만 가득할 뿐이다. 최종태(요셉) 작가를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만났다.

“제 나이가 90이 돼서 하게 된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나이 먹은 사람이 어떤가 하고 펼쳐 놓았습니다.” ‘최종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 전시 기획의도를 묻자 최 작가가 답했다. 이번 전시는 최 작가의 67년이 모두 녹아있다. 조각과 판화, 드로잉 등 작품 77점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평생을 사람 조각, 특히 여인상을 주로 제작했다. 그는 그 원인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 속에서 버티는 동시대인의 삶, 중학교 시절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러 인간상으로 인해 받은 충격에서 찾는다.

“인체의 미를 찾는 것이 아니고, 그 형태를 통해서 인간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겨냥하고 있는 겁니다.” 그의 인물상들은 삶 속에서 맞닥뜨린 희로애락을 덤덤히 감내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각고의 산물이다. ‘연민’과 ‘자비심’이 깊이 배어 있다. “우리나라에 반가사유상이 있잖아요. 반가사유상처럼 맑고 깨끗하고 영원한 평화를 지향하는 작품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가는 데까지 가려고 합니다.”

최 작가는 어릴 적부터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했다. 한때 문학도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다 1953년 「문학세계」에 게재된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 우성(又誠) 김종영(프란치스코, 1915~1982) 작가의 작품 ‘여인 나상’을 접하게 되면서 조각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 입학해 김종영 작가의 가르침을 받았다. 2002년에는 김종영미술관장도 맡았다. “사람들이 저보고 김종영 수제자라고 합니다. 1954년 미술대학 들어가면서부터 봤으니까 그 영향이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는데 벗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20~30년을 싸웠어요. 그런데 스승을 이해하고 소화하니까 스승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지금은 벗어난 것 같아요.”

최 작가는 1980년 함세웅 신부를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성미술을 시작했다. 서울 혜화동성당 입구에 있는 성모상과 성 베네딕토상,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 등 수많은 성미술 작품을 해왔다. “한국 교회 미술 토착화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국 교회 미술 예술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삼국시대 때 반가사유상, 석굴암이 나왔잖아요. 교회 미술도 예술화가 돼야 할 때입니다. 다만 어떻게 만들어야 예술의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느냐, 그게 숙제지요.”

최 작가에게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해 물었다. “아름다움은 모르는 겁니다. 볼 수도 없고, 본 사람도 없습니다. 알 수가 없어요. 예술에 대해서도 쓴 학자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정답은 없습니다.” 그는 다만 “형태 속에는 기쁨과 영적인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쁨과 영적인 에너지 없는, 생명의 형태는 막대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 작가는 요즘도 새벽 4시 30분이면 작업을 시작해 하루 10시간 작업에 매달린다.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작품이 생각나면 작업실로 간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할 때는 청년이고 일 안 하고 있으면 환자입니다. 일하지 않으면 온몸이 아픈 것 같은데 일 할 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하느님과 노는 것이 일하는 시간입니다. 비유하자면 그래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 걸 내가 왜 했을까’ 그랬거든요. 근데 요새는 참 좋습니다. 잘했다 싶어요.”

최종태 작가의 ‘최종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 전은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1~3전시실에서 열린다. 최 작가의 연륜이 쌓인 통찰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위안을 받을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02-3217-6484, 김종영미술관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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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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