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준다
김하종 신부 지음
마음산책
깨끗한 성수보다 설거지물에 두 손을 담근 적이 많았던 삶. 사제복보다 앞치마가 더 익숙한 삶. 3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성남 지역에서 빈민 사목을 시작해 ‘푸른 눈의 산타’라 불리는 사람. 29년째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노숙인에게 따뜻한 밥을 퍼주는 예순다섯의 이탈리아인 신부.
노숙인과 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시설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신부의 삶과 고백을 다룬 산문집 「사랑이 밥 먹여준다」가 출간됐다. 매일 750여 명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사랑이 밥 먹여주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김 신부가 살아온 사랑의 발자취를 글로 풀었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라 사제품을 받은 후 아시아 선교의 꿈을 품었던 김 신부는 1990년 한국 땅을 밟았다. ‘안나의 집’이 문을 연 건 1998년 IMF로 노숙자들이 증가했을 무렵이다. 그는 손수레를 끌고 새벽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팔고 남은 채소를 얻으러 다녔다. 학교 급식실에도 찾아가 반찬을 받고, 절에서 김장 김치도 받았다.
책은 복사단 활동을 했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제가 되었던 서른 살을 지나,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700명이 넘는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면, 절망과 화와 분노를 터뜨리는 노숙인도 만난다. 나쁜 에너지가 그에게 전해지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본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화와 분노, 그리움까지 이겨내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모든 인간적인 가능성을 버렸기에 얻을 수 있는 축복의 삶이다.
김 신부가 말하는 사랑은 “자기 것을 지키려고 꽁꽁 감싸고 있던 두 팔을 푸는 것”이다. 두 팔을 벌릴수록 버림받은 이들, 노숙인들, 가난한 이들, 고독한 노인들, 길거리 청소년들이 그의 품에 들어왔다. 이들에게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를 발견했고, 그래서 사랑과 나눔의 손길은 멈출 수 없었다.
“갓 지은 밥과 따뜻한 국이 사회의 견고한 벽에 부딪혀 생긴 노숙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다. 치유의 약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 잘 차려진 밥을 먹고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204쪽)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