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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독창적인 가톨릭 신학자가 젊은이에게 바치는 ‘희망 찬가’

문학적 양식 안에 그리스도교 정수 녹여예수님의 인간성·우주적 측면 결합 다뤄청년들이 사랑의 본질 찾는 데 도움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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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심장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김혁태 신부 옮김

가톨릭출판사



“한 심장의 고독을 통해 세상이 구원되었다. 삶의 상처 자국들 주위로 방어하듯 울타리를 친 은밀한 방의 아름다운 고독이 아니라, 우리를 무방비로 시끄러운 소란에 내어 주는 저 고독을 통해 세상이 구원되었다. 고독 가운데 심장은 불가능들의 얼음물 속에서 나지막이 맴돌며, 차가운 칼날과도 같은 사랑, 늘 깨어 있는 상처와도 같은 사랑을 느껴야 하리니, 그런 고독을 통해 세상이 구원되었다.”(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20세기를 대표하는 가톨릭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1905∼1988)가 죽기 며칠 전에 젊은이들에게 헌정하고 싶어 했던 ‘희망의 찬가’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문학 박사가 뒤늦게 신학에 빠져 문학적 양식 안에 그리스도교의 진수를 녹여낸 묵상집이다. 「세계의 심장」은 체계성과 논리성을 지닌 신학 서적과는 거리가 멀다. 조직적인 신학 체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없었던 그의 글쓰기 방식은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은유와 상징, 축약과 모호함이 자주 등장하며, 화자는 인간과 하느님, 그리스도, 미지의 어느 누구로 옮겨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타사르는 자신의 초기작(초판 1944년)인 이 책을 죽기 며칠 전에 쓴 ‘머리말’에서 청춘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문학과 철학, 문화와 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긴 신학자로 남았지만, 그는 이 작품이 추구하는 문학적 양식이 대중들에게 호소력이 있을지 걱정했다.

「세계의 심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 안에 있는 인간적인 측면과 세상을 구속하시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우주적인 측면을 결합하는 것을 다뤘다. 이 두 가지 측면을 연결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세계의 심장인 ‘예수 성심’과 ‘삼위일체의 위격적 결합’에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함을 강조한다. 책은 △나라 △수난 △승리 등 모두 3부로 구성했다. 인간 존재가 지닌 ‘역설적 신비’를 다양한 비유로 표현하고(1장), 수난에 앞서 착잡한 예수님의 심정을 독백으로 담아냈으며(5장), 또 예수님을 수난으로 몰아넣은 죄인인 인간과 예수님 사이의 대화(8장)를 다뤘다. 주님 부활의 신비, 주님의 부활을 목도하는 인간의 심리(10장)를 비롯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사람이 느끼는 회한과 새로운 결단(13장)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발타사르는 평생 119권의 단행본, 532편의 논문을 남겼으며, 대표 저서로는 「영광」(전 7권), 「하느님 드라마」(전 5권), 「하느님 논리」(전 3권)가 있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발타사르는 취리히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신학에 관심이 생겨 1929년 예수회에 입회, 사제품을 받았다. 그러나 재속 수도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몸담았던 예수회에서 나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개혁과 현대화에 대한 그의 사상이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 공의회 문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198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지만 서임식 이틀 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발타사르는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사랑의 본질을 발견하는 데 이 책이 도움되기를 바랐다. 인간 존재가 간직한 모순, 이 모순을 넘어서 충만한 삶과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기를 그는 응원한다.

“곧 사랑은 아름다운 것과 우리 마음에 드는 것과 우리 사랑에 무가치하지 않은 것들을 깨어나게 한다. 고귀한 연민의 불은 사랑받는 이의 그 모든 우선권에서 불이 붙어 계속 연명한다. 인간적 애정은 타고난 가치들의 다리를 건너 계속 나아간다. 그리고 오래 지나면, 서로 사이의 선물에 의해 연명되지 않는 사랑은 죽으리라.”(79쪽)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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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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