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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의 아름다움

성서학자 안소근 수녀, 아가 해설본 「사랑에 취하여라 교부들이 본 아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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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취하여라

교부들이 본 아가

안소근 수녀 지음

가톨릭출판사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육적인 사랑을 ‘에로스’, 영적인 사랑을 ‘아가페’라 부른다. 그래서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당연히 아가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음 구절은 어떤가?

“먹어라, 벗들아. 마셔라, 사랑에 취하여라.”

“아, 제발 그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 당신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달콤하답니다.”

영화 제목이나 고전 연극의 대사일 법한 이들 구절은 각각 아가 5장 1절, 1장 2절의 말씀이다. 아가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는 사랑 노래다.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면 아가가 성경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가가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말하고 있다면 과연 성경에 수록될 수 있었을까?

“아가는 히브리어로 ‘쉬르 하쉬림’,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노래들의 노래’입니다. (중략) ‘노래들의 노래’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뜻한다고 생각하여 우리 성경에서도 ‘아가 雅歌’라고 옮깁니다.” (34쪽)

초대 교회 교부들의 아가 해석을 되짚어본 「사랑에 취하여라」가 출간됐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수학하고 대전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 교리신학원에 출강 중인 안소근(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수녀가 쓴 책으로, 저자는 아가를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아가가 거쳐 온 다채로운 해석사의 첫 시기인 타르굼, 히폴리투스, 오리게네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의 해석을 소개한다.

유다교의 전통적인 해석이 담긴 타르굼은 아가의 남녀가 신랑이신 하느님과 신부인 이스라엘을 나타낸다고 보았고, 로마의 히폴리투스는 유다교의 아가 해석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이스라엘이 신약에 이르러서는 복음을 받아들인 교회로 대체된다고 해석했다.

아가 관련 우의적 해석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오리게네스는 아가를 솔로몬이 썼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 책을 일종의 연극으로 본다. 그는 혼인 축가로 이해된 본문의 문자적 의미를 짧게 제시하고 곧이어 그 본문을 교회에, 그리고 개별 영혼에게 적용한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순서대로 솔로몬의 책들을 읽는 사람은 먼저 잠언을 통해서 분별을 얻고 올바른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되며, 그다음에 코헬렛에서 사물의 본성과 원인들을 구별하고 헛된 것과 영원한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중략) 이렇게 준비된 독자는 아가를 읽으면서 이 책이 단순히 육적인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90쪽)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아가를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것으로 여기는 해석을 배척하고, 아가를 통해서 무한한 하느님을 향한 유한한 영혼의 여정, 즉 ‘에펙타시스’를 강조한다.

책은 약 1세기에서 4세기에 있었던 주요 해석들을 통해 아가가 어떤 사랑을 노래한 것인지 다채롭게 살펴본다. 성경에서 말하는 아가페와 에로스도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은 뒤 함께 실린 최민순 신부가 번역한 「아가」를 보면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아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아가의 저자가 남녀의 인간적 사랑을 노래하려 했다 하더라도, 그가 사랑에 대해 말한 많은 것들은 다른 사랑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가치를 지닙니다.”(140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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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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