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의 양식 되어줄 책과 함께 한가위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북적거리는, 또는 그럴 수 없어 더 외로움을 느끼는 추석이다. 연휴 기간 잠시 독서로 가족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마음을 챙겨보면 어떨까.

 

 

 

 

 

 

 
 

 


오늘은 두부 내일은 당근 수프

고이데 미키 지음 / 최현영 옮김

바오로딸




제목만 봐서는 ‘집밥’ 요리책 같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면 레시피가 아니라 저자가 말기암 환자인 엄마와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낸 마지막 2주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엄마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엄마와의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고자 책 제목을 ‘오늘은 두부 내일은 당근 수프’라고 지었다.

모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긴 대기가 유일한 장벽인 일본 나가사키 성 프란치스코 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에 신청 일주일 만에 기적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70여 년 전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곳에 세워진 병원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 그만큼 슬픈 내용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책은 제목처럼 의외의 편안한 감동과 따뜻한 위로가 가득하다. 그 중심에는 호스피스 병동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간호부장 히로코 수녀가 있다. 그녀는 독특한 존재감으로 책 속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책 밖 독자들까지도 웃다 울게 만든다.

“좀 아까 잠잘 때 천국을 잠깐 보고 왔어요.” 어머니가 이렇게 말할 때면 수녀님은 “아, 멋져요. 이제 곧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겠네요”라며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중략) 어머니가 내 쪽을 슬쩍 보며 “딸아이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라고 하면 “그러게요. 입구까지만요. 그 이상은 같이 못 가요”라며 딱 잘라 말한다.(6쪽)

“장례식 때 입을 옷을 정했나요?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맘에 들지 않는 옷을 입게 될지 몰라요.”(중략)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흰 드레스가 입고 싶다고 한 말을 들은 수녀님은 “들었죠? 흰 드레스예요. 내일 사러 가야겠네”라고 기세 좋게 말했다. 나도 덩달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경망스러울 정도로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18~19쪽)

“지금부터가 힘들지도 몰라요. 아참, 미키씨, 가마쿠라에 살죠? 거기 서핑하는 사람들 잔뜩 있죠? 바다로 가세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또 여러 가지 일들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어요. 파도가 없으면 즐길 수 없는 서핑과 마찬가지지요.” (중략) “하느님은 말이죠, 사람을 통해서 사람을 도우세요.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위로를 받으세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나도 서핑해 보고 싶어요” 하고는 해맑게 웃는다. (178쪽)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매일 적막한 시간이 흘러가지만, 히로코 수녀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킥킥부터 깔깔까지 항상 웃음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있는 선물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일이에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환자와 가족, 그들 곁에 있는 호스피스 종사자들에게 히로코 수녀는 ‘죽음 역시 하느님의 선물’임을 그녀만의 따뜻하고 유쾌한 레시피로 알려준다.

 

 

 

 

 

 

 
 

 

 


택시기사와 조카신부

이유희, 이재웅 신부 지음 / 비지아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의 글쓴이는 서울 망우1동본당 이유희(바오로)씨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사무처장 이재웅(다미아노) 신부다. 30여 년간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이유희씨의 당질이 이재웅 신부다. 함께 식사를 하던 이유희씨가 택시를 운전하며 겪은 일을 틈틈이 기록한 원고를 이재웅 신부에게 건넸고, 택시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빠져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린 이 신부는 ‘이참에 당숙하고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그동안의 경험을 글로 정리했다. 제목도 바로 떠올랐다. ‘택시기사와 조카신부’.

이번에 새롭게 증보된 책은 크게 이유희씨가 택시 운행 중 겪은 이야기와 이재웅 신부의 사목체험으로 나뉜다.

전반부에는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발생한 김포공항 폭탄 테러 현장에서 막 개인택시를 시작한 이유희씨가 새 차에 피 흘리는 부상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내달리던 이야기부터 서둘러 가정을 꾸리기를 기대했던 아들이 일반 대학을 다니다 사제가 된 이야기까지 일상에서 신앙을 체험하고 실천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무례한 손님에게 비상식적인 일을 당하는가 하면 손님 집에 들러 백숙 한 상을 대접받기도 하는 등 희로애락이 가득하다.

후반부는 이재웅 신부의 에세이다. 해외 오지에 도서관을 짓거나 기숙사를 짓는 사업에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모은 이야기, 병자성사를 드렸던 환자의 장례 미사에서 강론을 하다 내내 울었던 사연 등 다채로운 사목체험이 짙은 사람 냄새와 넘치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버무려져 있다.

 

 

 

 

 

 

 
 

 


왜 겁을 내느냐?

신성근 신부 지음 / 기쁜소식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 학교와 직장이 폐쇄되고 북적이던 식당과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던 미사마저 중단돼야 했다. 본당 사목 역시 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신성근(야고보) 신부가 팬데믹 기간 진행한 온라인 사목의 기록이다. 지난 2020년 1월 22일부터 주일마다 본당 교우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인 2022년 4월 17일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청주 사천동본당에서 구룡본당으로 소임도 이동했다. 자주 바뀌는 방역 지침에 많이 혼란스럽고 온라인 소통이 생소했지만, 힘들 때면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았다.

책은 교구 지침과 본당의 세세한 일정은 물론 코로나 시대 교우들의 권리와 사목자의 의무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주일마다 짧은 복음 말씀과 강론을 담았고, 힘든 시기 교우들을 독려하며 하느님이 마련하신 길을 제시한다. 편지마다 “사랑합니다”로 마무리한 끝맺음은 인상적이다.

 

 

 

 

 

 

 
 

 


느끼지 못한 순간에도 사랑

전옥주 / 생활성서




희곡 작가 전옥주(가타리나)씨의 신앙 에세이다. 올해로 등단 60년을 맞는 작가가 일상에서 경험한 소소한 일들을 신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회심의 여정을 기록했다. 또 신앙의 눈으로 사랑을 배우고 그 배운 사랑을 실천하려는 소망이 담겨 있다.

“매년 추석과 설날, 그리고 특별한 때 연미사를 봉헌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톨릭 신자 며느리로서 형식적으로 봉헌을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미사와 기도를 통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니 친정 부모님 못지않게 기도가 절실해지고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분 모습이 상상 속에서 형체가 살아나 이제는 저만 알고 있는 시부모님의 모습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122쪽)

후반부에는 다양한 주변인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콩트를 더해 작가적 탈렌트를 드러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8-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6. 24

에페 5장 20절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