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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꿈꾼 이방인,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展

추상조각사에 획 그은 문신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내년 1월 29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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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신 특별전 ‘우주를 향하여’ 전시관 내부. 조각 95점을 비롯해 총 2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조각가 문신(요셉)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우주를 향하여’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각, 회화, 공예, 건축, 도자 등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전모를 살펴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조각 95점, 회화 45점을 비롯해 총 230여 점을 선보인다. 사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개인 소장 회화와 드로잉, VR과 3D 프린팅으로 구현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문신이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25m 높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올림픽 1988’은 익숙할 것이다. 반구가 반복적으로 구축되어 무한히 확장되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에 대해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우주와 생명의 운율을 시각화하는 변주”라고 평가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의 탄광촌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보낸 문신은 청소년 시절에 일본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귀국 후 촉망받는 화가로 활동했던 그는 1961년 불혹 무렵에 프랑스로 건너갔고, 1980년 다시 귀국할 때까지 조각가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70년 프랑스 남부 발카레스 해변에 13m 높이의 토템 조각 ‘태양의 인간’을 세우면서 세계적인 조각가로 부상했다. 이 작품이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세운 ‘올림픽 1988’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한국과 일본, 프랑스를 넘나들었고, 국내외 아카데미즘에도 속하지 않았던 그는 평생 이방인으로 오히려 지리적, 민족적, 국가적 경계를 초월하며 회화에서 조각, 공예, 실내디자인, 건축에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의 흐름 안에서나 1950년대 중반 이후 전개된 한국 추상조각의 맥락에서도 이례적인 모습이다.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창작에만 몰두했던 그는 화가인 아내 최성숙(문신미술관 관장)씨와 1987년 남성동성당에서 세례성사를 통해 요셉과 마리아로 다시 태어났다. 최관장은 그간 예술가로서의 힘든 삶을 신앙에 의지했고, 작품에 투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남성동성당은 문신 작가의 세례성사와 혼인성사, 병자성사, 장례 미사까지 치른 곳으로, 당시 주임이었던 이윤호 신부는 “문신 작가의 삶 자체가 기도이고 하늘과 통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의 부제인 ‘우주를 향하여’는 뚜렷한 이름을 잘 붙이지 않던 작가가 다양한 조각 작품에 달았던 제목이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던 작가에게 ‘우주’는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면서 ‘미지의 세계’,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고향’과도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를 향하여’는 생명의 근원과 창조적 에너지, 평화와 화합에 대한 그의 갈망을 담고 있다.

문신 조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메트리(symmertry), 대칭’ 역시 단순한 형태적, 구조적 좌우대칭을 뛰어넘어 자연과 우주의 생명에서 영감을 받은 균제미, 정면성, 수직성 등을 내포한다. 이른바 ‘환경조각’이라 불리는 야외조각과 공공조형물도 시대에 앞서 도시와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문신은 마산에서 직접 디자인,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이듬해 타계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카레스 등 국외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특별전 ‘우주를 향하여’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그의 작품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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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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