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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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와 중국철학으로 풀어낸 신앙 진리

일상 속 복음, 동양철학과 엮어 신앙 진리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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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그러자 니코데모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요한 3,4) 자신이 아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지(餘地)가 없다. (중략) 은나라의 태조가 된 탕왕은 그가 사용하는 청동 세숫대야 바닥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바로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의미이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성령께서 내 안에 작용하실 여지가 있는 것이다.”(173쪽)

복음 말씀과 한자성어가 나란히 적힌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뜻이 좀 더 명확히 다가온다. 한국외방선교회 소속으로 대만과 중국에서 20여 년간 선교와 학업을 이어왔고, 현재 제주 엠마오 연수원 강의와 여러 교구 및 수도회에서 피정 지도를 하는 김병수(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일상 속 복음과 신앙의 진리를 동양철학과 함께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 책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을 펴냈다.

「참 소중한 당신」이라는 잡지에 지난 6년간 써온 글을 엮어 「신철논형Ⅰ」을 출판했는데, 제목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어 두 번째 책은 그 뜻을 잇되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으로 좀 더 친숙하게 지었다.

“중국에서 ‘신철논형(神哲論衡)’이란 제목으로 출판했다면 크게 호응을 얻었을 거예요. 신학과 철학의 균형은 진리탐구의 방법론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반 독자들의 감성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새로운 제목을 찾던 중 복음의 한 구절 ‘거듭나다’가 떠올랐어요. 횡재한 느낌이었죠. 이렇게 좋은 말이 책 제목으로 아직 쓰이지 않았다니! 구원과 연결되는 예수님의 말씀 중에 거듭나야 함은 어느 시대,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잖아요. 제가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말은 ‘다 됐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하자’거든요. 자기 확신에는 무사안일, 구태의연이라는 ‘허당’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중국 신학교에서 오랫동안 신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그들이 형이상학적 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서양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개념, 범주들을 설명하기 위해 복음의 주제들에 ‘중국옷’을 입혀야 했다. 또 피정지도 중에 면담을 하면서 뭇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엠마오 주말 지도 중에 부부들의 전쟁과 평화를 들으면서 신학과 윤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철학을 동원해 모든 인생의 빨간불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동양사상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사용하는 천주교 용어 중에는 한자에서 차용된 개념들이 많아요. 섭리, 은총, 보속, 통공, 친교, 공번됨 등 많은 개념의 원뿌리는 중국 천주교회에 있기 때문이죠. 기왕 한자에서 차용된 개념을 사용한다면 정확하게 그 원뜻을 파악할 수 있어야죠. 그런 점에서 진정한 토착화는 해석학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책은 500년의 세월을 거쳐 우리 생활 전반에 녹아 있는 ‘유교’부터 현대 사회의 숙제인 ‘기후위기’나 ‘코로나19 시대’, 또 미래를 전망하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 등 다양한 현상을 아울렀다. 한자성어와 중국철학을 동반하여 설명했지만 읽기 쉬운 문체로 일목요연하며, 성경 구절과 함께 곁들인 묵상은 누구나 허심탄회하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지구상의 환경과 생태계의 모든 위험 수치들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시대의 트렌드에, 조류에 휩쓸려 이리 몰리고 저리 방황하고 있죠. 그러나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해요. 근본과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야 할 사명과 함께 인간의 기본을 지켜나가지 않으면 이 시대에 우리의 여생을 편안히 마칠 수 있을까요?”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김 신부가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필요한 마음으로 꼽은 한자성어다.

“‘물은 흘러가도 달은 떠내려가지 않는다’, 이 말에는 변하는 조류와 변하지 않아야 하는 영성이 담겨 있어요. 복음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헷갈리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겁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거듭나다, 참 소중한 당신

김병수 신부 지음

위즈앤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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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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