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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그리는 나만의 성경 공부

김형주 작가의 성미술 개인전, 명동 갤러리1898에서 23~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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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복음 묵상 후 벅찬 감흥을 표현한 ‘로고스의 찬가’.



김형주(이멜다) 작가의 개인전이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열린다. ‘아름다운 것들 깊은 이야기와 함께’를 주제로, 갤러리 전관에 수채화와 추상화, 유화 등 17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장소에서 지난 2016년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쌓인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요한 복음을 묵상하며 담아낸 81점의 수채화와 그 감흥을 표현한 추상화가 중심을 이룬다.

“작년부터 요한 복음에 빠져서 하루 7~8시간을 그렸어요. 그냥 읽을 때는 몰랐는데,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까 그렇게 힘차고 아름다운 복음이 없더라고요. 우리는 색을 보고 뭔가를 그리는 사람이니까,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보다 그걸 생각해서 그림으로 표현할 때 훨씬 더 깊이 들어가거든요. 요한 복음도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아주 생생하게 느낌이 왔어요.”

성경을 화폭에 옮기는 것은 김 작가만의 심도 있는 성경 공부인 셈이다. 하지만 성미술만큼 조심스럽고 책임감 있는 작업도 없다. 개인의 작품을 떠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성경 공부를 하는 거지만, 성경 그림은 책임감이 필요해요. 신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보잖아요. 개인 작품과는 차원이 달라요. 성경을 많이 공부해야 하고, 교회 지침에서 벗어나서도 안 되고요. 구성이나 표현은 작가적인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지만, 내용은 그대로 담아내야 하니까 주교님이나 신부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듣죠. 또 품위가 있어야 하고, 그림 자체가 배타적이지 않아서 색이나 형태에 있어 거부감이 없어야 하고요.”

그래서인지 김 작가의 작업실에는 곳곳에 성경과 손글씨와 밑줄이 더해진 주해서 인쇄본 등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도 요한 복음을 묵상한 작품은 각 절을 기준으로 분리하여 81점의 수채화로 표현한 반면 거기에서 오는 감동은 작가적인 느낌을 충만히 살려 추상화로 담아냈다.

2002년 제7회 가톨릭미술상을 수상한 김형주 작가의 성미술은 전국 곳곳의 성전에 걸려 있다. 배론성지의 ‘최양업 신부’ 초상화도 작업했다. 하지만 김 작가의 본업은 추상화가다. 1970년 서울대 미술학과를 졸업했고, 내내 추상화로 국내외를 누비며 작품 활동을 펼쳤다. 성미술과의 인연은 40대에 서울가톨릭미술가회에 들면서부터다.

“추상화로 나름 날렸죠.(웃음) 그런데 선생님들이 가톨릭미술가회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거기 우리 학교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는 거예요. 덕분에 다시 막내로 총무를 맡아서 이 일 저 일 다 하면서 교회 미술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특히 1995년부터 장익 주교님과 우리나라 가톨릭 미술에 대한 세미나를 3년간 진행했어요. 당시 성전을 많이 짓는데, 성당 건축부터 내부에 들어가는 성미술, 성물 등에 대해서 공부하고 전시하고 실제로 작업도 하고요.”

그 3년이 김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을 따라다녔고, 이후에는 그녀가 주축이 되어 부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찾아 나섰다.

“우리 세대는 미술대학에서 종교미술이란 걸 따로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저 미술의 역사였죠. 그런데 장 주교님과 세미나를 하다 보니 우리 작가들이 우리 성전에 맞는 미술을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면 어디 다른 나라에서 사올 거 아녜요. 그때 얼마나 마음이 순수했겠어요. ‘어디 좀 봐줄래?’ 하면 아무리 멀든 내 돈이 들든, 내 재주껏 잘할 생각만 했어요. 맹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미술가로서 성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1998년 광주가톨릭대학교를 다시 지을 때부터 최근 청주교구 멍에목성지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고 작품이 담긴 곳은 무려 120곳에 달한다. 뒤돌아보니 하느님이 공짜로 시키지는 않으셨단다.

“성미술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교회 일을 멈춘 적이 없어요.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고. 이른바 돈이 되지도 않아요. ‘차비도 없어요’라며 시작하는 곳도 많거든요.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조각가나 공예가에게 맡기면 돈이 많이 들고 교회 재정으로는 살 수 없는 것도 많으니까 그냥 내가 돌도 짜고, 뚝딱 만들고. 그렇게 훈련을 받다 보니 무슨 돌은 어떻게, 감실은 어디에, 십자가 무게는 어느 정도, 어느덧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고 척척 일이 진행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내 재주껏 힘쓰다 보면 성전이 완성되고, 축성하는 미사를 드릴 때면··· 그게 보람이죠.”(웃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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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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