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3월 23일 교구청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제11차 회의 후 시복시성위원회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와 제11대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1922~2009),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 창설자 방유룡 신부(1900~1986) 시복시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 한국 교회에서 단일 교구 차원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은 교구 신자들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는 동시에 교구 차원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복시성, 오랜 노력과 기도 필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3월 23일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회의는 경과보고와 시복시성 추진 선언, 시복시성위원회 위원 임명장 수여와 시복시성 안건 청원인 임명장 수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이날 회의에서 시복시성 추진을 선언하면서 “이 자리는 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세 분에 대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자리”라며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오랜 노력과 기도가 필요한 여정이지만, 세 분의 시복시성을 이 시간부터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앙인 중 덕행이 뛰어나고 성덕이 출중하신 분들을 현양해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늘은 영웅적인 덕행과 성덕의 명성으로 회자되는 세 분을 시복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띄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브뤼기에르 주교 ‘장애 없음’ 재가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먼저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을 위한 공식조사에 착수했다. 교황청 시성부는 최근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 추진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재가했다. 시복시성 안건이 시작되면 후보자는 ‘하느님의 종’ 신분이 된다. 이에 따라 브뤼기에르 주교는 ‘하느님의 종’ 신분이 됐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고문서와 역사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 안에서 성덕의 출중함을 잘 식별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시복시성 과정은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친다는 점에서 재판 형태를 취한다. 예비 심사 법정은 이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성덕을 따져 교황청 시성부에 보낼 약전(略傳)을 만든다.

시성부는 자료 심사 후 복자로 추천할 만하다고 판단한 뒤 교황에게 보고하게 된다. 교황은 대상자를 먼저 시복 후보자에게 붙이는 존칭인 ‘가경자’로 선포한다. 이어 교황청 시성부는 가경자의 생애와 덕행, 평판, 직무, 저술 등을 오랜 기간 조사한다. 기적이라고 믿어지는 사례가 입증되면 복자로 추대되고 시복된 후 복자에 대한 기적이 확인되면 시복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교황 주례 시성식을 통해 성인으로 추대한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김수환 추기경과 방유룡 신부에 대해서도 올해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를 거쳐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시복시성 추진에 ‘장애 없음’을 재가받은 후 시복시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한국 교회에는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가 있다. 한국인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은 ‘기적 심사’ 절차만 남기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 교회는 현재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동료 37위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