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알렐루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성경 말씀을 떠올립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여러 가지 기적으로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 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 곧 당신이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고 선언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이시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이 말씀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자들의 눈에 예수님은 능력이 아주 뛰어난 분이시니, 세상의 지도자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어 주시리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붙들려 가시자 제자들은 흩어져 도망갔습니다.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구원의 신비는 사람들의 이러한 기대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모든 사람이 경탄할 만한큰 능력을 떨치며 이루시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 죄인의 모습으로 죽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죄 없이 의로우신 그분이 우리 죄를 안고 죽으심으로써, 그 죽음 안에서 우리의 죄 값이 치러지고 우리가 의로운 사람이 되는 신비였습니다. 이렇게 의인이 죄인이 되어 죄인을 의롭게 해 주신 이 사건을 교환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 그분의 의로움과 우리의 죄가 바뀌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이 신비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몸에 십자가의 상처를 그대로 지니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이 만난 예수님은 죽음의 상처를 당신 몸에 그대로 지니고 계셨고, 이제 제자들은 예수님 안에서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제자들 마음속에 주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 부활의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위해 수난하고 죽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부활하시어 믿는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립시다. 이 구원의 신비는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로 이루어졌습니다. 성모님이 예수님을 잉태하고 엘리사벳을 만나 불렀던 노래(루카 1,46-55) 역시 아브라함 때부터 이어오는 하느님의 자비를 찬미하는 노래입니다. 하느님 자비의 최고 절정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외아들을 희생제물로 삼으시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당신과 다시 화해시켜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구원의 역사가 자비의 역사라면,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자비롭게 살아갈 때 주님 안에 살고 부활의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봅시다. 오늘날 물질문명이 넘치게 발전해서 쓰고 버린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오염이 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는 음식은 물론 깨끗한 물조차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점차 더 병들어 가는 생태계는 자연재해의 규모도 더 크게 만들고, 그 피해는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훨씬 더 크게 받습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의 대규모 지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지역들을 위해, 그리고 평소 가까운 이웃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기도로 함께해 주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들 모두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 우리와 한 형제입니다. 계속 필요한 지원과 기도에 지치지 말고 주님의 자비를 실천하면서 부활의 은총과 기쁨을 더 깊이 누리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지극한 자비는 우리에게 맡겨진 자연 생태계를 사랑으로 잘 보존하도록 촉구합니다. 이미 여러 본당과 시설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계심에 감사드립니다. 사제 성소를 위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제는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주신 구원의 은총을 세상에 전하도록 축성된 사람 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많은 젊은이들이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사제들이 거룩한 직무에 합당한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같은 마음으로 수도 성소와 선교사 성소를 기억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는 사람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가르 치십니다. 구원의 신비를 깊이 체험한 요한 사도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라고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게 선언합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태초에 하느님을 닮게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처럼 자비롭게 사는 소질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 부활을 축하하는 인사를 드리며 주님의 강복을 전합니다. 2023년 4월 9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대전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