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너희와 함께!” (루카 24,36)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 남아 있는 십자가 형벌의 상처를 기억하며, 부활의 기쁨과 평화를 맞이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여러분이 복음의 진리에 따라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심어 주신 본능인 '신앙 감각'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우리가 가정이나 일터 등 일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인식하고, 복음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 ‘신앙 감각’의 중심에는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이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남은 상처는, 우리를 위해 죽음도 마다하며 자신을 희생하신 완전한 사랑의 표징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교회의 머리이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상처로도 참된 평화가 도래하지 못한 세상 곳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지진으로 고통받는 이들, 끝없이 이어지는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 고향을 떠나 살아야만 하는 이주민들이 평화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우리 교회의 몸에 새겨질 상처를 감수하고, 그들을 치유하는 복음적 실천에 동참합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와 우리에게 새겨질 상처를 거부한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부활과 평화의 기쁨은 요원할 것입니다.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을 신앙생활의 중심에 두는 우리 모두의 ‘신앙 감각’은, 개인 삶의 여러 상황에서 이루어 내는 ‘신앙 실천’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감각입니다.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끊임없이 우리 ‘신앙 감각’을 뜨겁게 하고 그 감각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씀살기’에 동참합시다. 또한 인류의 존폐가 걸린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무너져 가는 생태 보존을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임하면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불편함’의 상처를 기꺼이 우리 몸에 새기도록 합시다. 평화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 한반도, 세상의 여러 상황을 남의 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깊이 새깁시다. 우리가 이루려는 변모는 십자가 고통을 동반하겠지만, 참된 부활을 살아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예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이루신 평화의 삶이 여러분과 가정, 우리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공동체 안에 충만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을 사랑하는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