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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2023년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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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마태 28, 5-6)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온갖 수난과 모욕을 당하고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온전히 당신 뜻을 따르신 예수님을 다시 살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죽어야 다시 산다는 것을,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이 세상은 여전히 죽음의 세력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아직도 전쟁으로 민간인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극빈층은 먹을 것이 부족하여 심각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해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흉악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상의 숱한 범죄들도 사회의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외 계층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세력은 아직도 건재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마치 죽음의 세력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활 사건으로 우리는 죽음의 세력을 극복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에게 배반당하고 군중에게 온갖 모욕과 고통을 받으시다가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어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지만 죽음이 승리한 듯한 절망의 끝에서 ‘부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하고 모든 희망을 잃은 마리아 막달레나는 새벽에 주님의 무덤을 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천사에게서 듣게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 5-6) 
그리고 그 기쁜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하러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납니다. 결코 평안할 수 없었던 마리아에게 예수님께서는 “평안하냐?”고 물으십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 밤새 두려움에 떨던 마리아에게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라.”고 위안을 주십니다. 이렇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는 누구나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되리라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부활은 죽음의 세력 아래 신음하고 있는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신앙의 핵심입니다. 주님께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모욕과 모함, 수난과 고통, 죽음을 감내하고 받아들이셨듯이, 우리도 나에게 주어지는 시련들을 잘 이겨 내고 스스로 쇄신의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회개하여 주님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시노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구호로 축약되는 시노드 정신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에 참여하고, 하느님의 친교를 본받아 일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그에 맞춰 우리 교구는 장기 사목 계획의 두 번째 단계인 ‘친교’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의 친교, 이웃과의 친교, 모든 피조물과의 친교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친교를 나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것을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이기심과 욕심에 사로잡혀 살던 과거의 나는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다시 태어난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삶에서부터 참된 친교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든 만물이 새롭게 시작하는 부활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왔듯이, 고통과 보속의 사순 시기가 지나고 기쁨과 희망의 부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여 기쁘고 행복한 시기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어둡고 답답한 마음을 걷어 내고 기쁘게 부활을 맞으며 희망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우리의 하루하루가 부활을 체험하고 친교를 나누는 삶이기를 기원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3년 4월 9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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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3장 5-6절
네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신뢰하고 너의 예지에는 의지하지 마라. 어떠한 길을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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