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부활한 삶에 참여한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우리 안동 교구 사명 선언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삶이 이미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는 삶임을 강조하는 말씀으로, 우리를 그러한 삶에 초대하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러한 삶이란 우리가 이미 부활한 삶에 참여하는 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부활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우리도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부활하리라는 믿음과 희망으로 살게 되었으니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가 서로 서로에게 부활의 축복을 비는 복된 인사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 주님께서는 우리가 부활하신 그분을 믿으면 우리는 죽더라도 살고 살아서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살아서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가 이미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다른 곳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고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부활로 우리가 함께 누리게 되는 부활의 은총과 축복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부활하신 그분을 믿으면 지금부터 그 은총과 축복을 얻어 누리게 될 것입니다.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을 믿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를 구원하시고 살리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삶을 함께 삽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두 주님 부활의 은총과 축복을 얻어 누리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특별히 전쟁과 지진 등 감당할 수 없는 최근의 대재앙으로 희생된 자들과 그들의 유가족들을 기억하며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지금의 경제위기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며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근심과 걱정, 슬픔과 고통, 가난과 불편을 그들과 함께 나누며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사랑과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인간다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이웃이 있다면 그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 억압과 멸시, 박해와 생명 위협의 고통까지 함께 나눌 각오로 그들이 인간 생명의 존엄을 정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그리고 성장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대자연의 질서를 함부로 파괴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그들의 잘못을 일깨우고 그들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의 질서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시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부활한 삶에 함께 참여하는 일들이 될 것입니다.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일들을 하도록 함께 부름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의 부활은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주님께서 부활에 이르시기까지 당하시고 겪으시고 참아내신 파스카 과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참으로 의미가 있고 소중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생명을 위한 사랑의 과정이었고 우리 구원을 위한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길, 주님과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여정은 우리들의 복된 파스카 여정이 될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부터 부활한 삶에 동참하며 이미 영원한 생명 참여하게 되는 복된 파스카 여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몸소 우리의 “부활이요 생명”이 되시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부활 대축제가 또한 우리 각자의 부활 축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주님 부활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
2023. 4. 9.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