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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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이란 이유로 ‘공짜노동’ 강요받는 법의 사각지대

보육교사·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에 몇 개월의 현장 실습 포함돼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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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제공


우리 사회의 노동 여건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실습이란 명목으로 공짜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보육교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실습하는 동안 돌봄과 심부름, 청소 등 다양한 노동을 하지만, 임금은커녕 식대와 교통비조차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직종인 데다, 경력 단절 주부 등 여성들이 주로 지원하는 영역이라 사회는 물론, 교회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그 실태와 해법을 짚어봤다.

보육교사, 한 달 반의 공짜노동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실습을 한 A씨는 2살 영아들을 돌봤다. 규정대로라면 지도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실습생은 이를 보조해야 하지만, 지도 교사는 서류작업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대신 실습생이 아이를 돌봤다. 실습 일지도 원장이나 지도 교사가 아닌, A씨가 썼다. 청소는 물론이었다. 실습이란 이름의 ‘공짜노동’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면 30일 동안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일한 날 기준으로 약 한 달 반 동안 아이를 돌보고 청소도 하지만,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간호조무사, 5개월에 육박하는 공짜노동
실습이란 이유로 공짜노동을 하는 상황은 간호조무사들도 마찬가지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740시간의 이론교육과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현장실습을 해야 한다. 1년 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H씨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실습했다. 약국에서 약품을 받아오고 진료기구를 닦거나 일손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실습생이 할 일이 아닌 바이탈(호흡, 체온 등) 체크를 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실습생은 수술실 청소, 혈액 및 소변 등 검체 나르기와 같은 허드렛일을 주로 했고, 어떤 경우엔 병원 내 부서를 안내하거나 문서 코팅ㆍ파쇄를 맡았다.

이런 실습기간이 무려 5개월에 육박한다. 그런데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이른바 ‘공짜노동’을 한다. 병원에 따라 식사를 제공하고 실습지원비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된 돈을 받지 못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실습지원비를 받았다는 응답은 27.5, 월평균 액수는 31만 원에 그쳤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의료특성화고 등을 제외하면 새로 취업하려는 주부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5개월 동안 사실상 공짜로 일을 시키는 건 가혹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과대학생, 간호대학생도 면허 취득에 앞서 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하는 만큼 간호조무사 실습생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건 형평성은 물론 실습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외면하고 있다.

공짜노동 이제는 멈춰야
보육교사나 간호조무사가 실습하는 현장은 실습생들을 가르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실습생들에게 근로자성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습생이라는 신분상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법률적 보호를 모두 받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은 “강의실에서 이론교육 이외에 실습이 결합된 교육은 실제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실습생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스템으로는 교육비를 지원받은 간호학원, 노동력을 제공받는 의료기관만 이익이 되는 구조”라며 “당사자에게 식비나 교통비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배여진 이사는 “아동학대가 자꾸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다 보니 실습 기간을 더 늘린 걸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실습생에게는 기간만 길어지고, 교육과 지원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 됐다”면서 “개인(어린이집 원장)에게 넘기지 말고 국가가 인력 양성 차원에서 실습생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교회의 돌봄 노동에 대한 시각은 그냥 엄마들이 따뜻한 품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길 바라는 것이지만, 실제 돌봄 노동은 ‘저임금 고노동’ 일터이자 경력단절 여성이 취업하는 곳”이라며 “교회가 더 관심을 갖고 이를 살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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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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