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통령이 될 때에도 국가 살인은 자행 중이었고,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 중단된 것입니다. 당시 몽골은 사형 존치 쪽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 아들딸 친구를 죽인 사람에게 왜 그럴 권리를 주느냐는 여론에 직면하곤 했습니다. 대통령 취임하는 날, 사형제 모라토리움(일시유예)을 선언했습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Tsakhia Elbeg dorj) 전 몽골 대통령이 방한해 사형제 폐지에 목소리를 보탰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5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하여!’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몽골은 시민 대다수가 사형폐지를 잘한 일로 여긴다”고 담담히 전했다. 이어 “후임 대통령은 사형제 재개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대중이 반대했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이었고, 국가에 살인할 권리를 줄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고 전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한국이 사형폐지국 대열에 오르길 기대했다. “인권 얘기에 가장 높은 차원의 논의가 사형제 폐지 아닐까 합니다. 한국은 왜 못하겠습니까?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중 누가 먼저 폐지할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한국이 먼저일 거 같네요.”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그동안 법안을 발의했지만,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가 쉽지 않았다”며 “논의를 해보려고 하면 흉악사건이 발생해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와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사형폐지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사형제 폐지가 정말 필요하다고 거듭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21대 국회에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09~2017년 몽골 대통령을 지낸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며 사형제도를 폐지시킨 인물이다. 퇴임 후에는 세계사형반대운동연합(International Commission Against Death Penalty, ICADP)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이상민 의원의 초청으로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