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미카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발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지난 노동절(5월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 후 치료를 받다 이튿날 세상을 떠난 지 50일 만이다.
이날 발인에 앞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 신부 주례로 거행된 장례 미사에는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를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참여해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강원 지역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다 분신했다.
서울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김비오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으실 고 양회동 열사의 선함과 의로움을 벗 삼아 함께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정녕 나쁘고 비참한 것은 바로 평범함을 상대로 저지르는 불의”라며 “불의를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으며, 어떤 책임과 처벌도 없이 되레 불의를 당한 이를 겁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쁘고 비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흐린 날씨도 다만 애통함에 가려진 무기력한 하늘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며 “높은 곳에서 정의를 이슬처럼 내리고, 승리를 비처럼 뿌리고자 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고인의 친형 양회선(안토니오)씨는 “동생을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며 “나중에라도 그 한을 꼭 풀어주시고, 동생이 하느님 곁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 미사는 서울ㆍ부산ㆍ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서울 정의평화ㆍ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마리아) 전 대표, 배진교(토마스) 원내대표 등 신자 정치인도 미사에 참여했다.
이후 운구차가 노제가 열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으로 향하자 건설노조 조합원과 성직자ㆍ수도자 등 5000여 명에 이르는 장례 행렬이 뒤따라 행진했다. 이들은 고인을 그린 대형 그림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 등을 들었다. 이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영결식이 열렸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