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내게 성당 선배 형이 좋은 모임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 형은 성당에서 열심히 복사 활동을 했고, 학교에서 도 우등생이어서 평소 존경했던 터라 그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했다.
모임에 갔더니 또래 학생들과 형, 누나들도 많이 와 있었다. 성가를 부르고 성경 묵상 나눔도 하며 마지막엔 파견 미사까지 이어졌다.
더 좋았던 것은 지도 신부님께서 고등학생들만 따로 모아 모임 후에 짜장면을 사주신 것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모임에 참여한 지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지도 신부 님께서 신학교 갈 준비는 잘하고 있냐고 물으셨다. 놀란 나는 신학교 갈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신부님은 다른 친구들은 다 신학교 가려고 준비하면서 이 모임에 나왔는데… 너는 그럼 왜 지금까지 공짜로 짜장면을 먹었냐며 짜장면 값을 물어내라고 하셨다. 1년 치 짜장면 값을 물어 낼 수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신학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ㅠㅠ
물론 신부님이 짜장면 값 물어내라고 한 것은 농담이셨다. 신부님은 신학교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는 내게 “너는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어릴 때 워낙 병치레를 많이 해서 훌륭한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 터 의사가 되어서 아픈 환자들을 치유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자, 신부님께서는 육신을 치유하는 의사도 좋지만 마음과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적 의사 인 사제가 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이후 나는 무서워서 그 모임에 나가질 않았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수줍음 많고 말도 어리숙한 나는 평생 사제로 살아갈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기도하며 생각해보라고 하셨고, 그 말씀대로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모님께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사명을 받았을 때 몹시 두려웠지만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면 불가능함이 없다는 약속을 믿고 “예”라고 응답한 성경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인간적인 능력만 보고 불가능하리라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성모님의 “예”라는 응답을 이끌어낸 믿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날의 기도 이후 나는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보살핌과 능력을 믿게 되었다. 그러자 내 안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제가 되는 것은 내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시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지도 신부님의 사제직으로의 초대에 응답하고 19살의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
짜장면 미끼 글 _ 안성철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