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동행 _ 예수의 일생

은총의 동산에서 : 렉시오 디비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상상을 해 봅시다.

지금 우리는 제주도 성이시돌 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 입구에 서 있습니다. 이곳 새미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12가지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성경 텍스트 중 특별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12가지 사건을 골라서 조형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번 쭉 구경삼아 둘러보면 1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를 짚어가며 깊은 기도에 잠기다 보면 3시간도 부족합니다.

나는 이제 이 지면을 빌려 10분짜리 구경이 아니라, 3시간이 걸리는 관상을 하려 합니다. 자! 이제 제주 이시돌 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가서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상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 교회의 전통적인 관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상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영적 독서)입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학문적 차원에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고 침잠해 들어가 는 방법입니다. 성경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선물합니다. 논리가 아닌 신비를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러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 가장 좋은 설명은 12세기 카르투시오회의 제9대 원장이었던 귀고(?~1188)의 저서 「수도자의 사다리」(The Ladder of Monks)에 나와 있습니다. 귀고는 렉시오 디비나를 천상으로 올라가는 ‘영적 사다리’에 비유하면서 독서(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 (Contemplatio)의 네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내가 지금 예수님의 일생에 접근하려는 방법이 바로 귀고가 말한 네 단계의 영적 사다리,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렉시오 디비나로 성경 속 예수님의 행적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는 볼 시(視)입니다. 시력이 좋다고 할 때의 시가 바로 볼 시입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보는 것, 눈으로 보지 않고 어떤 사물과 사건의 본질을 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는 볼 관(觀)입니다. 여기서 관(觀)은 꿰뚫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술가 들이나 시인들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때 관(觀)찰력이 좋다고 말하지, 시(視)력이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의 외적인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말이 관상기도입니다. 시력기도가 아니라 관상기도입니다. 예수님을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바로 관상기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주 성이시돌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에 오면 이렇게들 말합니다. “와! 조경이 잘되어 있네.” “잘 꾸며놨네.” “사진찍기에 좋겠다.” 이것은 볼 시(視)입니다. 볼 관(觀)해야 합니다. 시력으로 보면 우리 마음 안에 기도 의 열매가 맺히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봐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뒤에 가서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시는 모습을 관상할텐데, “예수님은 왜 세례를 받으셨을까?”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내가 받은 세 례는 뭐지?” “세례받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마음 기도에 머물 때, 우리 마음 안에는 성령의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예수님의 일생을, 제주 성 이시돌목장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렉시오 디비나 작업을 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미 은총의 동산 입구에 서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탄생 예고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눈 앞에 보이는(視) 천사는 어떤 분이실까요? 그렇죠! 대천 사 가브리엘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왜 이곳에 계시는 것일까요?
 

글 _ 안성철 신부(마조리노, 성바오로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9-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0. 1

에페 1장 6절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