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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아빠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에 허탈

양육비이행법 개정 후 첫 재판, 양육비 안 줘도 된다는 나쁜 인식 심어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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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형사재판 선고기일인 11월 8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앞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해연 제공


“나아진 게 없는 거야? 엄마만 왔다 갔다 힘들었던 것밖에 안 된 거네….”

2017년 이혼한 뒤 홀로 세 자녀를 키운 박지은(44, 전남 여수시)씨는 8일 법정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떨궜다. 박씨는 재판 결과를 기다렸던 첫째 아이에게 차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박씨의 전 배우자 A씨가 세 자녀 양육비(1인당 30만 원씩) 4000여만 원 미지급으로 열린 첫 형사재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노민식 판사)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치명령을 결정 받고도 1년 안에 미지급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된 지 2년여 만의 첫 형사재판 결과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가 인정된다”면서도 “양육비 지급에 관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진 2017년 이후 피고인이 일부 양육비를 지급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같은 일로 다시 법정에 설 경우 또 집행유예가 선고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지켜본 박씨와 관련 단체들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소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4년 넘게 걸린 형사 고소 과정을 다시 반복해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씨는 “선고를 듣자마자 모든 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막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남은 1년 안에 다시 지난 양육비 청구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마치 ‘양육비 받을 생각하지 마라’고 선고하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자녀가 건강히 성장하도록 마땅한 책임을 이행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는 부모에게 여전히 국가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박씨는 2019년 양육비 지급명령 소송을 통해 A씨의 급여를 압류해 양육비를 일부 받아냈다. 그러자 A씨는 직장을 관두고 행적을 감췄고,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잔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관단체는 A씨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 1만여 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의 목적은 처벌보다 양육비 지급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첫 형사재판의 결과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끝까지 안 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족 가구주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2.1가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이 양육비 미이행과 관련해 기소한 이는 올해 14명이 전부다. 이중 양육비 7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약식기소된 B씨는 3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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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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