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63가 무종교인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충원에서 묵념을 한다든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종교성을 발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탈종교화라기 보다는 제도종교인구 감소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종교성을 지닌 이들이 기존 종교를 벗어날 때 자칫 이단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23일 가톨릭과 개신교가 이 같은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자 머리를 맞댔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원장 김민수 신부)의 2023년 추계 세미나 ‘탈종교화와 사회, 한국가톨릭의 미래와 전망’에서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이사 방영미(데레사) 박사는 “인간에게 고통이 존재하는 한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포기하지 않는 한 종교의 존재 이유 또한 건재하다”며 “이익단체의 성격을 버리고 대중이 종교에 기대하는 도덕적인 면을 추구한다면 종교성이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강남교회 양승우 신부는 “교회를 떠난 이들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100만 명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신앙을 잃어서가 아니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있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특히 “교회를 이탈하는 청년들이 이단에 몰리고 있다”며 “이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성직자들이 더 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최영균 신부는 “교회는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종교 활동은 개인을 위한 경우가 많다 보니, 제도종교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영성을 꼭 교회에서 찾지 않아도 마음을 채워줄 요소들이 다양화되면서 이른바 ‘영성 쇼핑’마저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각종 방송과 유튜브에 등장하는 상담·치유 프로그램, 신자가 아니더라도 참여 가능한 피정과 템플스테이 등 교회가 아니라도 영적 갈증을 해소할 환경이 더욱 커진 탓이다. 최 신부는 “교회 내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교회는 모두를 포용할 유동적이고 유연한 천막과 같은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