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이 보여준 각막이식의 숭고한 뜻을 잇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하나금융나눔재단 등과 함께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 및 치료 안전망 구축에 나서 지금까지 환자 16명에게 수술비를 지원하며 빛을 선사했다. 병원에는 빛을 되찾은 이들의 감사 편지가 수북이 쌓였다.
“딸이 ‘아빠, 각막 이식하면 이제 괜찮대요’하면서 눈물을 글썽입니다. 안구적출로 다시 볼 수 없다는 절망에 있던 딸에게 다시 봄이 다가왔습니다.” 편지를 보낸 이는 각막이식을 받고 빛을 보게 된 36살 A씨의 아버지. 부모 모두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딸만은 장애가 없기를 바랐지만, 고교 시절 A씨에게 녹내장이 발생해 시력을 잃을 뻔했다. 은평성모병원은 환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수술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하고 각막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살 때 시력 저하 진단을 받고 시력이 떨어져 시각장애 1급이 된 61살 B씨도 지원을 받았다. 평소 지팡이를 사용해야 했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시력이 나빴다. “지금까지 58년 동안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각막이식 개안수술을 하는 것은 제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다 2010년 일을 관둔 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79살 C씨도 병원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다. 일을 관둘 무렵부터 각막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돈이 없었다. C씨는 “각막이식이란 수술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고 무사히 수술이 잘 되었다”며 “도움을 주신 기부자께 감사드리며, 저도 기부자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첫 각막이식을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은 4년여 만에 100례를 넘어, 지난 11월 15일 101번째 수술을 진행했다. 은평성모병원 안과 이현수 교수는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는 헌안 서약을 통해 환자들에게 생명의 빛을 선물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기증자들의 선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더 많은 이가 빛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임상과 기증문화 확산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장기이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각막이식 대기자는 2128명으로, 평균 이식 대기 기간이 8년에 이른다. 각막은 눈의 가장 앞쪽에서 빛이 통과하는 유리창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각막 손상으로 시력 저하를 회복시키는 방법은 영구적 혼탁이 발생한 각막을 건강한 각막으로 교체하는 각막이식 수술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