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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리에서 기후위기 극복의 순례를

[특별기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해설(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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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계성초등학교 학생들이 쓰레기 재활용 분리 수거를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는 전 지구적 사회 현안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우선 (국제) 정치와 경제가 그 본령에 충실하여 실효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하며, 그러려면 국제·국내 정치활동에 대한 세계 시민사회의 건전한 압력이 요청된다는 점을 밝힌다. 권고가 오늘날의 기후 위기를 초래한 그 바탕으로 분명하게 비판하고 있는 ‘기술-지배(technocracy)’ 또는 ‘능력-지배(meritocracy)’ 패러다임(제2장)은 근대 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지배 문화’라 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려면 반드시 이 패러다임을 극복해야 한다.(24-28항 참조) 여기서 ‘지배’는 ‘사람과 사회’ 더 나아가 ‘세상과 자연’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특정인이나 집단의 ‘기술과 능력’이 다른 이들과 전체 사회를, 더 나아가 세상과 자연까지도 ‘임의’로 지배한다는 뜻이다. 이 지배를 당연시하면, 사람들은 차별을, 인간 사회는 불균형을, 세상과 자연은 기후 위기 같은 치유하기 매우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III(문화와 참된 신앙). 건전한 생태의 문화, 그리스도인의 모범

사회교리는 사회의 특정 모델을 제안하지 않는다. 현세 사물(정치, 경제, 문화, 과학)의 정당한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모델이든 그것이 ‘인간, 특히 사회적 약자의 존엄’ 실현, ‘보편적 공동선’ 증진, 더 나아가 ‘온전한 생태’ 보전을 지향하며, 실효적인 정당한 수단을 개발ㆍ선용하려는 ‘선의의 모든 사람’의 노력을 재촉하고 그 모범이 되려 할 뿐이다. 권고는 새로운 문화 모델 출현의 근본적 조건으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의 세계관과 인간관의 전환(이는 회칙 「찬미 받으소서」의 제3장에서 자세하게 성찰한다)을 촉구하면서 영적 동기의 발현을 강조한다.

(인간관과 세계관의 전환) “세계는 우리가 개발(개척)하고 무절제하게 사용하며 끝없이 야망을 펼칠 [지배의] 대상이 아니다. … 자연은 그 안에서 인간의 생활과 계획을 펼치는 ‘무대(배경)’에 불과한 무엇이 아니다. … 오히려 우리는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 안에 포함되어 또 그래서 자연과 지속해서 상호활동한다. … 또 인간의 생활과 지성과 자유는, 이 행성과 그 내적 활동들과 그 평형 상태를 풍요롭게 하는, 그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25-26항) 하지만 인간은 타인과 사회 또 세상과 자연을 ‘책임 있게 돌볼 역량’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이기에(62항 참조), 다른 창조물과 달리, 예외 없이 누구나 다 존엄하다. 또한, 그 돌봄의 책임은 사회생활에 있어 가장 고상한 가치들, 곧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과 관계되어 있다.(69항 참조)

(영적 동기) 권고의 수취인은 ‘모든 선의의 사람’이지만 마지막 부분의 제목은 ‘영적 동기’이며 그 내용은 ‘진정한 신앙’이다.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사회 현안과 관련하여, 특히 모든 그리스도인 정치인ㆍ경제인ㆍ문화인ㆍ과학인은 물론 (세계) 시민으로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역량과 책임감으로, 그 삶의 자리에서 동료와 함께, 기후 위기 극복의 길, 세계와 화해의 순례길(69항)을 나서야 한다. 진정한 신앙은 “인간 정신에 힘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도 변형시키고, 우리의 목표도 거룩하게 하며, 타인과 전체로서의 창조물과 맺은 우리의 관계에도 빛을 비추기”(61항) 때문이다.

“인간 존재들이 하느님의 지위를 차지하겠다고 나서면, 그들이 바로 그들 자신의 최악의 원수가 될 것이다.”(73항)


 
박동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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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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