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신부)는 15일 예수회센터에서 ‘자비 없는 시대, 교회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교황의 사목에 깃든 정신을 되새겼다.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 신부는 ‘푸에블로 신학과 교회’란 주제 발표를 통해 “푸에블로 신학을 직접 계승한 분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어로 ‘마을’을 뜻하는 푸에블로의 어원은 ‘민중’을 뜻하는 라틴어 ‘Populus’로, 푸에블로 신학은 아르헨티나 민중 신학을 말한다. 그 핵심은 문화에 있고, 뿌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에 있다. 「사목 헌장」 53항은 “인간 문화는 필연적으로 역사적 사회적 측면을 드러내고, ‘문화’라는 말은 흔히 사회학적 민족학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밝힌다.
김 신부는 “교황은 민중을 이해하기 위해 민중의 정신과 마음, 활동과 역사, 신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푸에블로 신학은 이주민이 많은 나라에 특히 호소력이 있었기에 이주민 부모를 둔 교황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장 박상훈 신부는 ‘만남의 신학과 교회’ 발표에서 이탈리아 출신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1885~1968) 신부에 주목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이후 유럽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과르디니는 원리를 중시했던 당시 교회의 제도성에 반해 우연성과 돌발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만남’을 중요한 신학적 개념으로 보고, 교회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 또한 그의 신학을 박사논문으로 준비했던 만큼 현재 보편 교회에 강조하는 바와 맥이 닿아있다.
박 신부는 “교황은 이를 ‘초월’로 보고, 자신을 넘어 하느님과 이웃을 만나도록 이끌고 있다”며 “여기서 만남은 단순한 친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 다가가 인격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밝혔다. 푸에블로 신학과 만남의 신학은 모두 아래, 즉 민중과 현실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교황의 회칙과 권고를 통해 드러나는 ‘돌봄의 문화’를 설명하며 “돌봄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호의존과 연대, 형제애는 복원하고 증진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의미다. 정 위원장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에 있으며, 정치와 국가는 돌봄 사회를 만들 공동체 형성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