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이 새해 첫 달부터 서울대교구 3개 본당에 신설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양재동본당 ‘게리벗’, 14일 도림동본당 ‘숲길벗’이 설립된 데 이어, 28일 개봉동본당 ‘개봉벗’·‘개웅벗’도 출범할 예정이다. 이로써 하늘땅물벗이 설립된 서울대교구 본당은 17곳이 된다.
하늘땅물벗 담당 이재돈(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신부는 “지난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정순택 대주교가 발표한 교구장 특별 사목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합시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특별 사목교서에서 “사목자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본당 사목협의회 산하 생태환경분과 설립 △지속적인 생태운동을 위한 하늘땅물벗 설립을 당부했는데,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부는 “특별 사목교서가 본당 사제들이 하늘땅물벗과 같은 생태 사도직단체를 설립하고 활성화하도록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며 “다른 여러 본당에서도 하늘땅물벗 창립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구 내 하늘땅물벗 확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며 “기세를 살려 올해 더 많은 본당에 신설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신부는 5일 양재동성당을 찾아 주임 최대식 신부와 ‘게리벗’ 설립 미사를 주례했다. 게리벗은 양재동본당의 전신인 게리(양재리)공소에서 유래했다. ‘게리’는 마을 지형이 게 모양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이 신부는 “양재동본당은 1912년 게리공소로 시작해 1965년 정식 본당으로 승격한 유서 깊은 공동체로, 1971년부터 서초·강남 지역에 8개나 되는 본당을 분가시킨 어머니 본당”이라며 “하늘땅물벗도 양재동본당 게리벗을 시작으로 널리 확산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대식 주임 신부는 “특별 사목교서를 보고, 환경파괴로 고통받는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본당 공동체가 노력해야겠다고 여겼고, 교우들이 흔쾌히 응해줬다”며 “모두 열정적으로 나서 준비 한두 달 만에 게리벗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게리벗은 생태 활동가를 양성하고, 기초 단위인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과 기도 모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리벗 회원은 최 신부를 포함해 모두 10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며 동참한 어머니들이다. 게리벗 양승희(세레나, 67) 반석벗(회장)은 “편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것만 외치는 세상에서, 느리고 불편하고 답답해도 지구를 보호하려는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모임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미사 후 열린 축하연에는 배달음식이 아닌, 게리벗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음식이 제공됐다. 남은 음식도 회원들이 집으로 가져갔다. 이웃 도곡동본당 ‘양재천벗’과 하늘땅물벗 출범을 앞둔 개봉동본당 신자들도 이날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