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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출산 후 방치해 살해...모호한 낙태죄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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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 살인자가 아닙니다. 가슴을 찢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결백합니다.”

다운증후군이 의심된 34주차 태아를 출산해 살해하고 매장한 부모와 외할머니가 실형을 선고받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태아를 낙태하려 했을 뿐 살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낙태죄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영아살해와 낙태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데 대해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아기 부모와 외할머니에게 각각 징역 6년, 4년,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신 34주차 태아를 조기 출산해 방치하고 사망하게 한 것은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8년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태아가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경기 용인시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있는 ‘유령영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다 범행이 이제야 드러났다. 경찰은 매장된 아기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였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이들은 선고 기일까지도 ‘무죄’를 주장했다. “낙태 수술을 받았으나 제왕절개가 이뤄진 것으로, 출산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기가 태어나 자연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낙태죄 공백의 폐해”라며 “모든 낙태가 무죄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살인이라는 인식이 흐려지자,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숨지게 한 것마저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1년 낙태죄 처벌조항이 효력을 잃으면서 주수와 방식에 관계없이 무분별한 낙태가 이뤄져도 두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상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분만개시설)부터, 그리고 제왕절개의 경우 자궁에서 절개해서 나온 시점부터 태아는 법적으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영아살해죄가 폐지되면서 살아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를 죽게 하는 행위는 모두 살인죄 처벌 대상이다.

주수가 상당히 진행된 가운데 이뤄진 낙태 행위 중에 유도 분만을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로라이프 변호사회 회장 윤형한(야고보) 변호사는 “유도 분만이든 자연 분만이든 태아가 태어나면 법적 보호를 받는 사람이 된다”며 “단 1분의 간격으로 태어나지 못한 태아에는 그 어떤 보호 장치도 없는 애매한 법률 체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석준 신부는 태아가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양수 검사를 권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서도 “양수 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태아의 장애 여부인데, 이는 장애를 가진 태아에 대한 낙태를 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부부에게 찾아온 아기를 진정으로 하느님이 주신 축복과 선물로 바라봐야 한다”며 “교회는 장애 자녀를 기르는 부담을 부모에게만 전가하지 않도록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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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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