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에서 인신매매성 피해 사례가 속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주민 관련 종교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5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절노동자들이 여권을 빼앗기고 임금을 착취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조사와 언론 인터뷰에 임한 계절노동자들에게 조기 출국을 강요하거나 재입국 거부를 하는 등 2차 가해 정황도 포착됐다”고도 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는 3~5개월 단기간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로, 최대 8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외국인 계절노동자제도 시범사업 이후 지속적으로 인원을 확대해오고 있다. 올해는 계절노동자 5만여 명이 131개 지자체에 배정돼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계절노동자 알선과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불법 중개인이 일부 지자체와 유착돼 노동 착취 등 끊기 힘든 인신매매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노협은 “인권위와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피해자 중 5명은 불법 중개인에게 자동 입금되는 수수료 등을 공제하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75만 원을 월급으로 받고 있었다”며 “관할 지자체는 불법체류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계절노동자의 여권을 압류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당사자가 아닌 불법 중개인에게 여권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계절노동자의 사업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단행한 일련의 조치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한 것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는 인신매매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외노협에 접수된 인권 침해 사례는 고흥, 완도, 진도, 해남 등에서 발생한 열사병 사망 4건, 성추행 2건, 폭행 2건이 더 있다.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해남군 계절노동자들의 급여 일부를 가로챈 혐의로 한국인 불법 중개인 A씨를 입건했으며, 해남군은 계절노동자 도입을 잠정 중단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성요셉노동자의집 김호철(치릴로) 사무국장은 “일부 사업주가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듯 계절노동자를 다른 사업장에 파견해 일을 시키고 일당도 가로챈 사실을 확인했다”며 “법무부와 지자체가 외국인들의 사업장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 안에서 계절노동자제도를 운용하다 보니 인권 침해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법무부와 지자체는 민간단체와 협동해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 중개인 개입을 원천 봉쇄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